운동엔, 완전식품 계란?

운동엔, 완전식품 계란?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다들 무더위와 몇 달간 쉼 없이 쌓아온 업무의 부담을 피해 휴가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젊은 남녀는 멋진 노출(?)을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느라 휴가 준비가 좀 더 빡빡하다. 시기가 이러니 요즘 필자도 진료실에서 만나는 젊은 남성들 중 팔뚝과 가슴의 근육 살짝 실룩거리며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묻는다. “계란 많이 드시나요?”

물론 요즘은 계란 못지않게 닭가슴살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을 받고있기는 하지만, 근력운동을 하면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을 하며 계란을 많이 먹기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계란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논쟁중이다. 계란을 많이 먹을수록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에서부터 많이 먹어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거나, 더 나아가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까지. 하지만 유명한 의학저널인 ‘동맥경화’ 2013년 8월호에 ‘계란 섭취와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발병위험’이라는 제목의 메타분석 연구결과가 실려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메타분석은 1930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된 계란 섭취와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논문 4,198편 중 ‘계란 섭취와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발병위험’을 평가하기에 적절한 내용을 갖춘 14개의 논문을 선정해, 각각의 연구결과들을 통합해 분석하여 최종적인 결론을 도출한 연구이다.

연구 결과는 아주 명확했다. 계란을 가장 많이 먹이 집단은 가장 적게 먹은 집단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5%, 당뇨병 발생위험이 68% 높았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들에서는 계란을 많이 먹으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무려 83%나 높았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계란을 가장 많이 먹는 것은 하루에 1개 이상을 먹는 것이었고, 가정 적게 먹는 것은 먹지 않거나 일주일에 1개 정도 먹는 것이었다. 또 이 연구에서는 용량-반응 분석도 했는데, 일주일에 계란을 추가로 4개를 먹을 때마다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6%, 당뇨병 발생위험이 29% 증가한다는 결과도 제시했다. 예를 들자면 일주일에 계란을 1개정도 먹던 사람이 5개를 먹게 되면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발생위험이 각각 6%, 29%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연구가 계란섭취와 심혈관대사질환과의 관련성을 평가한 가장 최신의 메타분석이기는 하지만, 이 연구 하나로 학계의 이견이 당장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와 반대되는 내용의 논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란을 많이 먹으면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발생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차적으로 계란에 많은 콜레스테롤을 주목할 만하다. 계란 하나에는 210mg 정도의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어있는데, 음식을 통해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인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음식을 통해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직접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일관되지 않으며, 개인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20~25%는 식이 콜레스테롤에 반응해 민감하게 혈중 콜레스테롤(특히 LDL콜레스테롤)이 증가하지만 나머지는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식이 콜레스테롤은 식후 혈중 지방 농도를 상승시키고, LDL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촉진하고,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내피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어 공복 상태의 혈중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과 별도로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식이 콜레스테롤의 이런 영향 때문에 미국심장협회는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하는 지침을 권고하고 있다. 비록 너무 관대한 하루 300mg 미만이지만 참고로 한국인 하루 평균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1960년대 30~70mg 수준에서 2000년대 350mg 수준으로 증가했다. 현재의 한국인들의 콜레스테롤 섭취 수준은 ‘미국심장협회’의 지침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심장건강 수준은 만족할 만한가?

물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콜레스테롤 및 계란에 대한 제한적 식이 지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네팔, 태국, 남아공에서는 하루 1개 혹은 정기적으로 계란을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계란에는 콜레스테롤 외에 단백질, 지용성 단백질, 엽산염(folate), 미네랄, 다가 불포화 지방산(오메가-3와 오메가-6 등) 등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계란 섭취를 장려한다는 것이다.

계란에 콜레스테롤 이외에 다양한 영양소가 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계란과 관련된 많은 연구에서 일관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된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로운 영양소가 풍부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계란이 실제로는 그 반대되는 영양구성을 갖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란의 성분은 곧 그 알을 낳은 닭이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계란에 엽산염이 많으려면 닭들이 풀을 뜯어먹어야 한다. 엽산은 말 그대로 식물의 잎(葉; 잎 엽)에 풍부한 비타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양계장에서 자라는 닭들이 과연 풀을 얼마나 먹을까? 풀과 흙을 먹고 자란 닭들에 비해 미네랄을 풍부히 섭취할 수 있을까? 곡물에는 오메가-6 성분이 풍부하고, 풀에는 오메가-3 성분이 풍부한데 과연 충분한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고 있을까? 또 비타민은 어떻게 섭취할까?

사실 계란의 인체 영향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사람들이 어떤 계란 즉, 어떻게 자란 닭이 낳은 계란을 먹었는지까지 조사가 되어야 한다. 자연상태에서 풀과 풀을 먹는 벌레를 먹고 자란 닭들의 알에는 엽산염과 비타민, 미네랄 오메가-3 지방산이 매우 풍부할 것이고, 닭장에 갇힌 채 사료를 먹으면서 기계적으로 알을 낳는 닭들의 알에는 전반적으로 영양소가 부족하고,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고 식당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달걀은 후자의 방식으로 생산된 것들이다. 먹어서 별로 좋을 것이 없는 달걀인 것이다.

물론 빈약하더라도 너무나 영양이 결핍된 경우에는 이런 계란도 일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네팔, 태국, 남아공 등에서는 계란 섭취를 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들 나라들에서는 닭들이 그냥 돌아다니면서 풀이고 벌레고 먹고 싶은 것들을 먹으면서 크는 경우가 많아 선진국의 달걀과는 인체 영향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유 등을 설명하며 결론적으로 “계란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을 하면 다시 질문이 날아온다. “흰자는 괜찮지 않나요?” 단백질에 대한 집착은 그렇게 쉽게 없어지지 않는 듯하다.

동물성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성장관련 호르몬(IGF-1, 인슐린 등) 분비를 더욱 촉진하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근육이 더 쉽게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골다공증, 요로결석, 통풍 발생위험이 증가하고, 암 발생위험도 증가하고, 장내 세균 균형도 무너져 자가면역질환 발생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물론 근육뿐만 아니라 지방 축적도 촉진돼 상시적인 비만 위험에 놓이게도 된다. 동물성 단백질의 대표가 바로 계란 특히, 계란 흰자이다. 결코 많이 먹어서 좋을 것이 없는 것이다.

아직도 다이어트와 근육질 몸매를 위해 계란을 먹으면서 장기적인 건강을 희생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역학연구에서 계란의 인체영향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지만, 현재 한국에서 계란이 안전하지 않다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현미밥과 채소반찬, 적절한 콩과 견과류만 먹으면서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멋진 몸매를 만들 수 있다. 계란은 결코 완전식품이 아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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