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건강엔, 우유?

뼈 건강엔, 우유?

 

진료실과 강연장에서 채식을 얘기하면서 우유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을 하면 아이들의 ‘성장’ 못지않게 반문이 들어오는 주제가 ‘칼슘’이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유를 먹지 말라고 하면 칼슘은 어떻게 하나요?” 한국도 이제 골다공증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 골다공증은 미국과 유럽에서 흔한 질병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골다공증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지역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골다공증은 증가하고 있는데, 50세 이상 성인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22.5%(남자 7.5%, 여자 37.5%)로 매우 높은 수준이고(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골다공증성 골절도 매년 3.8%씩 증가하고 있다.

골다공증은 ‘골강도의 약화로 골절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되는 골격계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골다공증성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경우 절반 정도의 환자는 골절 전의 기동능력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고, 25% 가량의 환자들은 오랜 기간 요양기관이나 집에서 보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고, 1년 내 사망할 확률도 20%나 된다. 그래서 골다공증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뇌졸중’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폐경기 이후 여성이나 50세 이상 남성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골다공증은 암과 뇌심혈관계 질환 다음으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골다공증 하면 칼슘섭취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칼슘을 섭취하려면 보충제나 유제품(우유나 치즈)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한국에서 증가하고 있는 골다공증의 원인이 칼슘 부족, 그것도 우유 섭취 부족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우유 소비량은 1981년 12.79kg에서 2011년 70.67kg으로 30년간 6배가량 증가했다. 만약 우유 섭취가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현재보다 과거에 골다공증 혹은 골다공증성 골절이 더 많았어야 했을 것이다. 아니면 과거에 만연했던 것이 이제는 좀 진정국면에 접어들어야 할 것이다. 6배나 많이 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우유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에 의심을 품어볼만 하지 않을까?

우유 및 유제품을 열심히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유 혹은 칼슘 섭취가 골다공증 혹은 골밀도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을 인용한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유섭취가 뼈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뼈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들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미국의사협회저널-소아과학’에 칼슘(주로 우유를 통한) 섭취량이 많을수록 오히려 청소년기 여성의 피로골절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유섭취와 뼈 건강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상반되게 나오는 것은 우유 혹은 칼슘 섭취보다 더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칼슘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섭취 못지않게 배설되는 칼슘 또한 중요하다. 체내에서 배출되는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배설량의 5~6배에 해당하는 칼슘을 섭취해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칼슘은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칼슘을 많이 섭취할 방법을 고민하기 이전에 칼슘 배설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칼슘 배설량은 혈액을 선성화시키는 식품 섭취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혈액을 산성화시키는 식품은 단백질(특히 식물성보다 동물성)과 정제염(염화나트륨의 염소)이 대표적인데, 이들 식품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혈액이 산성화돼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뼈의 칼슘이 동원되고, 이렇게 동원된 칼슘이 결국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소변으로 배설되는 칼슘을 줄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혈액을 산성화시키는 식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뼈에 침착된 칼슘이 동원되기 전에 먼저 혈액을 알칼리화 시키는 성분(대표적으로 칼륨)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칼륨 성분은 잎채소나 해조류 등 주로 식물성 식품에 많다. 실제로 필자가 현미채식을 실천한 사람들의 소변 칼슘 배설량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배설량이 감소했다. 사람마다 감소량은 차이가 있긴 했지만 하루 평균 50mg 정도 감소했고, 300mg 까지 감소한 사람도 있었다. 소변 배설 칼슘량이 50mg 감소했다는 것은 섭취해야하는 칼슘량을 250~300mg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한국인 권장 칼슘 섭취량은 일일 700mg 이다.

이런 사실은 채소와 해조류 섭취량이 많을수록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 위험이 낮다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영양학 연구(Nutrition Research)’ 2011년 1월호). 해당 연구에서는 식물성 식품에 풍부한 칼륨 및 식물성 칼슘 섭취량이 많을수록, 골다공증 위험이 감소하고 골밀도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사실들을 종합하면, 칼슘 배설량을 고려하지 않고 칼슘 섭취량만 늘릴 고민을 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미채식은 배설을 최소화하고 섭취 필요량도 최소화해서 ‘경제적’으로 칼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훌륭한 식사법이다.

하지만 골다공증에 있어서 건강한 식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낙상의 예방이다. 골다공증이 있다 하더라도 넘어지지만 않으면 골절을 피할 수 있고 신체장애 또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근력과 평형감각을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운동은 골밀도 자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골다공증 관련해서 다른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식이와 관련된 요인으로 비타민D도 매우 중요하다. 비타민D는 뼈의 무기질 대사(주로 칼슘 및 인) 조절에 중추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족할 경우 뼈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D를 보충제나 약의 한 성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른 비타민과 달리 비타민D는 인체가 스스로 합성할 수 있는, 일종의 피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비타민D는 피부가 햇볕(자외선)에 노출될 때 합성이 되고, 표적장기에 가서 활성화되어 기능을 발휘한다. 이렇게 스스로 합성한 비타민은 보충제나 약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D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많은 시간 실내에 머물러 햇볕에 노출될 기회자체가 적고, 설사 노출될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부미용을 우선시해 옷이나 모자 등으로 가리고, 그것도 모자라 선크림으로 99% 노출을 차단한다.

물론 자외선은 세포의 DNA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실내작업과 실외작업을 부분적으로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실내작업자나 실외작업자들보다 흑색종(피부암) 발생률이 더 낮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적절한 햇볕 노출은 건강상 이득이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절절한 노출 수준은 각자의 피부유형에 따라 다른데, 보통 점심 식사 후 20~30분 팔이나 다리에 일광욕을 하는 정도는 안전하다. 하지만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또한 흡연과 과도한 음주 및 카페인 섭취는 골소실을 증가시기 때문에 다른 건강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뼈 건강을 생각해서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정리하자면, 골다공증이 걱정이라면 우선 적절한 근력과 균형감각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식습관은 현미채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충분한 녹황색 채소 및 해조류를 섭취하고, 적절한 야외 활동으로 우리 몸이 스스로 충분한 비타민D를 합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담배, 술, 커피 등은 피하고, 정제염 섭취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런 노력 뒤에 우유 섭취를 고려할 수 있으나, 생활습관이 건강해지면 우유를 먹어서 추가로 도움을 받을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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