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대장암의 지표

대머리, 대장암의 지표

지난 1월 말,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대머리가 있을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1] 지금까지 대머리가 있을 경우 전립선 암 발생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는 몇 차례 발표된 적이 있었지만, 대장암 발생위험도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 그래도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을 분들에겐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늘어난 샘이다.

대머리와 대장암
이번 연구는 45세 이상 된 미국의 의사 3만2천명을 18년간 추적 관찰한 것으로써, 45세 때 탈모가 있을 경우 이후 대장암 발생위험이 24% 가량 높다는 결과를 관찰했다. 특히 근위부 대장암(소장에 가까운 부위의 대장암)의 경우 발생위험이 30% 가량 높아 다른 부위에 비해 대머리와의 관련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3만2천 명 중 대장암이 발생한 경우는 710건에 불과해 부위별 대장암 발생위험을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연구진은 대장암과 관련이 있는 대장선종과의 관련성을 함께 평가했다.

탈모유형

대머리와 대장용종
대장 용종 중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종은 3만2천 명 중 3,526건 발견되었고, 대머리가 있을 경우 원위부 대장(항문 및 직장에 가까운 대장의 부위)에 선종이 발생할 위험이 11%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45세 때 이마부위에만 탈모가 진행된 M자형 대머리에서 선종 발생위험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무려 28%나 증가했다. 이마뿐 아니라 정수리에도 탈모가 진행된 경우보다 이마에만 탈모가 진행된 경우에 대장 선종 발생위험이 더 높은 것이다. 이는 45세 때 탈모의 정도가 심한 경우는 유전적 요인이 강하지만, 이마만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는 유전적 요인 이외의 요인에 더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요인이 대장암 및 선종(용종)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연결고리
대머리와 대장암, 대장선종과의 관련성은 대머리 및 대장암, 용종 발생에 있어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들을 종합하면, 대머리와 대장암을 연결하는 고리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인슐린, 인슐린유사인자-1(IGF-1)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남성호르몬 보다는 인슐린 및 IGF-1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대머리와 대사증후군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대머리일 경우 인슐린저항성이 발생할 위험이 4.88배 높고, 혈중 인슐린 수치가 불필요하게 상승할 위험이 1.9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2] 인슐린이나 IGF-1 수준이 필요 이상으로 높을 경우 암세포의 성장도 촉진되는데, 대표적인 암이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이다.

인슐린 저항성
대머리와 대장암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보통 대머리는 유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전체 대머리의 절반가량은 가족력이 없는데도 발생한다. 즉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력도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만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후천적 요인)이 닮게 되어 초래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머리의 절반 이상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원인의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 혹은 대사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체내에 불필요한 지방이 쌓일 때 발생하는데, 이는 결국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음식, 설탕과 식용유를 많이 쓴 음식을 많이 먹은 결과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지금 당장 이런 음식들 섭취를 멈춘다면 탈모의 진행이 멈추든가 일부 회복될 확률이 절반 이상은 된다는 것이다.

탈모가 진행 중이라면
탈모와 암 발생, 특히 대장암과 전립선암 발생은 공통된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대장이나 전립선을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탈모는 몸이 보내는 고마운 신호인지도 모른다. 만약 머리카락이 전보다 많이 빠진다면 요즘 자신의 삶을 되돌아봐야 한다. 어떤 음식을 먹고 있고, 잠은 잘 자고 있는지, 조금씩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있는지, 쓸 데 없는 일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멈출 때까지 좀 더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탈모가 멈추는 것과 함께 대장과 전립선의 병도 함께 멈추게 될 것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더 큰 문제가 뒤따른다는 것을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


[1] Keum N, Cao Y, DH Lee DH, Park SM, Rosner B, Fuchs CS, Wu1 K, Giovannucci EL. Male pattern baldness and risk of colorectal neoplasia. British Journal of Cancer 2016;114:110–117.

[2] Trieu N, Eslick GD. Alopecia and its association with coronary heart disease and cardiovascular risk factors: a meta-analysis. Int J Cardiol 2014;176(3):687–695.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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