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엔 현미밥에 채소만

당뇨엔 현미밥에 채소만

지난 6월 2일 ‘공공과학도서관 저널’(PLoS ONE)에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있어서 현미채식이 표준적인 당뇨식이보다 3~4배 더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1] 특히 이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책임연구자 이덕희 교수)에 의해 12주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 현미채식 군에서는 당화혈색소가 0.6%(7.7%→7.1%) 포인트 감소한 반면, 표준당뇨식이 군에서0.2%(7.4%→7.2%) 포인트만 감소했다. 현미채식과 표준당뇨식이를 더욱 철저히 실천한 사람들의 경우엔 그 차이가 더욱 커져서 현미채식 군에서는 당화혈색소가 무려 0.9%(7.5%→6.6%) 포인트나 감소한 반면, 표준당뇨식이는 철저히 실천한 군에서도 여전히 0.2%(7.4%→7.2%) 포인트만 감소했다. 게다가 현미채식 군에서만 허리둘레가 3cm가량 감소하고, 표준당뇨식이 군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현미채식은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미채식은 30.4%만이 철저하게 실천할 수 있었던 반면 표준당뇨식이는 78.7%가 철저하게 실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강 개선 효과를 감안한다면, 현미채식은 노력한 만큼 큰 결실을 준다. 혈당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뱃살과 체중이 감소하는 보너스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미채식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원칙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현미밥을 먹고 채식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일반 식당에서 육류, 어패류, 계란, 유제품이 안 들어간 음식이 거의 없다. 비빔밥에도 계란과 고기가 들어가고, 야채김밥에도 계란과 햄이 들어가고, 콩국수에도 삶은 계란이나 매추리알이 얹혀 나온다. 물론 주문할 때 이런저런 것을 빼달라고 부탁을 할 수도 있지만, 매번 별도로 주문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고, 부탁을 해도 실수로 하던 대로 음식을 내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게다가 온갖 매체에선 채소만 먹으면 심각한 건강문제가 발생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넘쳐나 채식을 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기 매우 어렵다. 한마디로 사회가 당뇨환자들의 건강관리를 전방위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의 사람들이 철저하게 현미채식을 실천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본인의 의지와 의료진의 독려만으로도 이정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의료계에서 채식의 치료효과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사회적으로도 채식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식당에서도 채식 메뉴들이 준비된다면 현미채식을 철저히 실천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채식이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관리에 있어서 표준당뇨식이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이번 연구뿐만 아니라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2,3,4] 남은 과제는 의학계와 우리 사회가 이 새로운 연구결과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용하느냐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철저하게 실천하지 않더라도 현미채식을 실천하려고 할 때 혈당이 철저하게 당뇨식이를 실천할 때보다 3배 가까이 더 잘 조절할 수 있다. 이제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골고루’, ‘균형잡힌’ 이란 말 대신에 ‘현미밥에 채소만’이라는 말을 달고 다녀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당뇨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려면 현미밥에 다양한 채소반찬만 먹으면 된다. 고기나 생선, 계란과 같은 동물성 식품들을 반찬으로 골고루 챙겨먹어야 한다는 생각만 버리면, 현미채식은 걱정 없이 매우 쉽게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실천 정도에 비례해서 당뇨병으로부터도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단, 현미채식을 하면서 신경써야 할 부분은 식물성 기름이다.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카놀라유, 현미유 등 소위 몸에 좋다는 기름들도 최대한 섭취를 줄여야 한다. 본 연구에서 현미채식 군은 전체 칼로리의 20%를 지방에서 섭취했다. 하지만 이상적이게는 전체 칼로리의 10%만을 지방에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물성 지방은 건강에 좋다는 생각도 함께 내려놓으면 당뇨병은 더욱 쉽게 정복될 것이다.

 

[1] Lee YM, Kim SA, Lee IK, Kim JG, Park KG, Jeong JY, Jeon JH, Shin JY, Lee DH, Effect of a Brownrice based Vegan Diet and Conventional Diabetic Diet on Glycemic Control of Patient with Type 2 Diabetes: A 12-Week Randomized Clinical Trial. PLoS ONE 2016;11(6):e0155918.

[2] Barnard ND, Katcher HI, Jenkins DJ, Cohen J, Turner-McGrievy G. Vegetarian and vegan diets in type 2 diabetes management. Nutr Rev. 2009; 67(5):255–63.

[3] Barnard ND, Cohen J, Jenkins DJ, Turner-McGrievy G, Gloede L, Green A, et al. A low-fat vegan diet and a conventional diabetes diet in the treatment of type 2 diabetes: a randomized, controlled, 74-wk clinical trial. Am J Clin Nutr. 2009; 89(5):1588S–96S.

[4] Yokoyama Y, Barnard ND, Levin SM, Watanabe M. Vegetarian diets and glycemic control in diabet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Cardiovasc Diagn Ther. 2014; 4(5):373–82.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댓글 0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