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과 지방, 암을 부르는 성장

단백질과 지방, 암을 부르는 성장

아동기 성장이 빠를수록, 성인기의 키가 클수록 대장암과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는 현상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큰 키를 선망하고, 작은 키가 아이들과 부모 모두의 고민거리인 한국사회에서 큰 키가 암을 부른다는 주장은 ‘허튼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간 본인 및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해 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떠올라 이전 칼럼 내용을 부정하거나 비난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큰 키가 대장암 및 유방암을 비롯한 각종 암 발생 증가와 관련 있다는 사실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확인된다.

 

| 영국인 129만 명의 경험

2011년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이라는 학술지에 영국의 중년여성 129만 명을 9.4년간 관찰한 결과, 키가 클수록 모든 부위의 암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2]. 평균적으로 10cm 클 때마다 암 발생 위험이 16% 증가했는데, 이는 매년 인구 10만 명당 30명이 암에 더 걸린다는 것을 뜻한다. 2012년 영국 여성들의 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267명인 것을 감안하면 30명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키가 155cm 미만인 여성들은 관찰기간동안 천 명당 68명이 암에 걸렸지만, 160~165cm인 경우 74명, 165~170cm인 경우 78명, 170~170cm인 경우 83명, 175cm 이상인 경우 89명이 암에 걸렸다. 이런 경향은 사회경제적 수준, 비만, 흡연, 음주, 운동, 초경연령, 출산력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통제한 후에도 변화가 없었다. 발생 부위별로는 키 10cm마다 유방암 17%, 대장암 25%, 직장암 14%, 악성흑색종(피부암) 32%, 자궁내막암 19%, 난소암 17%, 백혈병 26%, 림프종 21% 가량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거의 모든 암이 증가한다.

 

| 보편전인 현상

위 논문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북미, 호주 등 여러 대륙에서 관찰된 키와 암발생과의 관련성을 평가한 연구결과들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결론은 비슷하다. 키가 10cm 클 때마다 남성은 10%, 여성은 14% 가량 암이 많이 발생했다. 한국 79만 명을 관찰한 연구에서도 키가 5cm 더 클 때마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 18%, 대장암 8%, 백혈병 21%, 난소암 24%, 갑상선암 24%, 남성의 경우 대장암 4%, 직장암 6%, 전립선암 8%, 림프종 11%, 갑상선암 16%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3] 캐나다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키가 10cm 클 때마다 대장암 13%, 유방암 12%, 자궁내막암 36%, 난소암 21%, 갑상선암 39%, 악성흑색종(피부암) 51%, 백혈병 30% 발생위험이 증가했다.[4]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키 172cm 미만에 비해 185cm 이상일 때 전립선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66% 높은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5] 큰 키, 빠른 성장이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매우 보편적인 현상인 것이다. 우리가 이런 현상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다음 고민은 당연히 성장과 암의 연결고리가 무엇인지가 되어야 한다.

 

| 성장과 암의 영양학적 연결고리

많은 연구자들은 성장과 암의 연결고리로 성장호르몬과 인슐린,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 등의 호르몬에 주목하고 있다. 키는 20세에 성장이 완료되기 때문에, 특히 20세 이전에 이 호르몬들이 필요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지난 50년간의 경험은 성장과 암의 연결고리로서 어떤 영양학적 요인이 작용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아주 훌륭한 교과서나 다름없다. 지난 50년간 한국에서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던 식품들은 대부분 혈중 인슐린과 IGF-1 농도를 증가시키는 것들이었다. 40~50년 전에는 먹지 않았지만, 1970년대 이후 섭취량이 증가한 음식들은 육류, 생선, 계란, 우유, 식용유, 설탕 등으로 모두 인슐린 및 IGF-1 농도 증가 및 성장 촉진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암 발생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

 

|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단백질

많은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비만을 부르고, 노화를 촉진하고, 뇌건강도 해치고, 암발생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탄수화물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것은 아니다. 단백질은 매우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시킨다. 소고기 안심 살코기 50g을 먹으며 인슐린 농도가 공복상태보다 3배가량 증가한다.[6] 탄수화물과 동물성 단백질 식품을 함께 먹을 경우 탄수화물만 먹었을 때보다 인슐린 반응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감자만 먹었을 때보다 참치를 곁들여 먹으면 인슐린이 40%가량 더 분비되고, 그 결과 식후 혈당이 다소 낮아진다.[7]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단백질은 유청단백, 카제인(우유 단백질), 붉은육류, 생선, 가금류, 계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두단백은 카제인(우유 단백질)의 절반 정도 인슐린을 분비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 영양학자나 의사들은 단백질이 혈당을 낮춘다며, 매끼 식사에 단백질 특히 동물성 단백질을 꼭 챙겨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낮아진 혈당은 세포에 흡수되어 체지방으로 축적되고, 이런 식습관이 반복되면 결국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져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유발된다. 그리고 단백질을 매끼 챙겨먹게 되면 췌장이 필요이상의 인슐린을 계속해서 분비하게 되고, 그로인해 췌장에 피로가 누적돼 결국 당뇨병 발생이 가속화된다. 한편, 필요 이상의 인슐린은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당뇨여성의 거대아 출산 위험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게 유지될 뿐만 아니라, 치료목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거대아는 소아기의 혈액 암 및 뇌종양, 성인기의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등의 발생 증가와 관련이 있다.[8] 큰 그림으로 보면 모든 현상이 일치한다.

 

|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지방

단백질뿐만 아니다. 감자에 지방을 추가하더라도 인슐린 분비가 증가한다. 특히 버터를 곁들여 먹을 경우 인슐린 반응이 무려 40%가량 증폭된다. 돼지비계, 홍화씨, 올리브오일 등 다양한 지방 중 유독 버터의 인슐린 반응이 가장 크다. 물론 탄수화물과 함께 지방을 섭취하면 종류에 상관없이 혈액의 중성지방이 치솟는다. 이렇게 치솟은 혈액 속의 지방은 복부의 내장 사이, 간, 근육과 같이 우리 몸의 곳곳에 축적된다. 지방이 많은 식사를 어쩌다 한 번 하게 된다면 몸 안에 쌓인 지방은 공복 상태에 에너지로 쓰이지만, 매끼 버터나, 동물성 지방, 올리브유나 콩기름과 같은 식용유를 첨가한 음식을 먹게 되면 지방은 계속해서 쌓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복부에 지방이 쌓이게 되면 결국 인슐린 저항성이 더욱 증폭되고, 암 발생 위험도 더불어 증가하게 된다.

 

| 지난 40년간의 변화

7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기본적인 식단은 밥과 채소였다. 아침, 점심, 저녁의 밥상은 밥과 채소반찬 뿐이었고, 특별한 날에만 고기, 생선, 계란 등을 소량씩 먹었다. 이렇게 먹고도 하루 15시간씩 일을 할 수 있었고, 모두 날씬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암은 매우 드물었다. 전환점은 1971년 식용유의 출현이었다. 한국에서 대두를 가공해 식용유를 짜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대두를 가공했던 이유는 식용유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대두를 가공해 가축들의 사료를 만드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두가공 업체의 주 산물이 사람을 위한 식용유이고, 가축사료는 부산물의 재활용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두가공업체의 매출을 따져보면 무엇이 주생산물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가축사료용 대두박의 매출이 식용유 매출의 1.5배를 넘는다. 실제로 1990년엔 대두박 수입자율화 조치로 인해 자신들의 대두박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자 국내 대두가공업체(즉, 식용유 업체)은 추석을 앞두고 식용유 생산을 줄이기까지 했던 적이 있다.[9] 식용유 업체 입장에선 식용유보다 대두박, 가축사료가 더 우선인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은 가축 사료를 만들고 나온 부산물로서 식용유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식용유가 생산되기 전 한국인의 하루 기름 섭취량은 고작 1~4g에 불과했다. 현재 한국인은 50g 이상을 매일 먹고 있다. 특별한 날에만 소량씩 먹던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은, 대두가공업체에서 식용유를 짜내면서 함께 생산해낸 사료 덕분에, 이제는 10~20배를 먹게 되었다. 큰 그림을 보면 답이 보인다. 무엇이 아이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지.

 

| 탄단지 8:1:1

과거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 식단의 영양 구성은 매우 유사했다. 바로 밥에 채소반찬이었다. 그 당시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섭취비율은 8:1:1이었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의 80%를 탄수화물에서 얻고, 단백질과 지방을 통해서는 단지 각각 10%씩만을 얻었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은 70년대를 지나면서 탄수화물 섭취가 줄고, 지방과 단백질 섭취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그 비율이 6:2:2 수준으로 변했다. 지방과 단백질 섭취량이 전체 섭취 에너지의 10%를 넘게 되면 인슐린 반응이 증폭되고, 지방축적이 가속화되는 것은 역학연구 및 실험실연구 모두에서 확인된다. 한국의 식단변화와 건강상태의 변화는 이런 연구 결과를 직접 확인시켜 준다. 이제 우리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지혜를 얻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과 우리 자신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


[1] 단백질과 지방 성장, 암을 부른다
[2] Green J, Cairns BJ, Casabonne D et al., Height and cancer incidence in the Million Women Study: prospective cohort, and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of height and total cancer risk. Lancet Oncol. 2011;12(8): 785–794.

[3] Sung J, Song YM, Lawlor DA, Smith GD, Ebrahim S., Height and site-specific cancer risk: A cohort study of a korean adult population. Am J Epidemiol. 2009;170(1):53-64.
[4] Kabat GC, Heo M, Kamensky V, et al., Adult height in relation to risk of cancer in a cohort of Canadian women. Int J Cancer. 2013 Mar 1;132(5):1125-32.

[5] Möller E, Wilson KM, Batista JL, Mucci LA, et al., Body size across the life course and prostate cancer in the 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 Int J Cancer. 2016 Feb 15;138(4):853-65.
[6] Gannon MC, Nuttall JA, Damberg G, et al., Effect of protein ingestion on the glucose appearance rate in people with type 2 diabetes. J Clin Endocrinol Metab. 2001 Mar;86(3):1040-7.

[7] Gulliford MC, Bicknell EJ, Scarpello JH. Differential effect of protein and fat ingestion on blood glucose responses to high- and low-glycemic-index carbohydrates in noninsulin-dependent diabetic subjects. Am J Clin Nutr. 1989 Oct;50(4):773-7.

[8] Julie A. Ross. High Birthweight and Cancer: Evidence and Implications. Cancer Epidemiol Biomarkers Prev. 2006;15(1):1-2.

[9] ‘식용유’ 노예된 당신, 건강을 도둑맞았다. 오마이뉴스(2015년 5월 6일), http://www.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115263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댓글 2 개

  1. 고무신 2 년 전

    원서 읽으면서 공부는 절대 못하겠더라고요.. 영양학 공부가 아니라 영어 공부를 해야할 판이니,,,
    근데 이렇게 번역해서 요약 정리해주시니… 넘 감사합니다..
    분명히 복 많이 받으실거에요..
    제가 잊지 않을께요..
    그리고 자료 출력해서 저희 지인들과 나누려고요..
    실은 저는 법륜스님께서 이끄시는 정토회 행자이기도 합니다..
    채식하는데 도움되시라고 알찬 정보 나누겠습니다..

    • Author

      정토회를 비롯해 불교계에서도 채식을 중요한 의제로 삼아 신도들에게 권유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큽니다. 몇년 전 조계종 주최 행사에서도 현미밥과 채식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는데, 더 많은 사찰이나 불교 단체들에서 비슷한 강연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연자리만 마련된다면 베지닥터 선생님들은 최대한 일정을 조정해서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얼마든지 활용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베지닥터와 원저자를 표기해서 활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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