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섭취 제한 지침을 발표한 ‘네덜란드 영양센터’

육류 섭취 제한 지침을 발표한 ‘네덜란드 영양센터’

지난 3월 네덜란드 영양센터(Netherlands Nutrition Centre)는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일주일에 육류를 2회 이상 섭취하지 말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사 참조)

육류 섭취를 주당 500g을 넘기지 말고, 이중 붉은 육류(포유류의 근육)는 300g을 넘기지 말고, 견과류나 콩류와 같은 식물성 식품으로 단백질 섭취를 대체하라는 것이다. 생선도 주당 2회 섭취에서 1회 섭취로 권고량을 줄였다. 물론 필자는 이런 권고는 매우 온건하고, 실제적인 변화를 내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급진적인 권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100을 권고해야지만, 겨우 50정도만 실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상 이들 동물성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학 및 영양학적으로 문제될 것은 전혀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주장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네덜란드 영양센터에서 육류 및 생선 섭취를 제한한 것은 이런 식품들의 생산 및 섭취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네덜란드인들의 평균적인 식습관이 네덜란드인들의 건강과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육류 및 생선 섭취를 줄이고 다른 음식들을 섭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 네덜란드 영양센터의 식이지침 작성 시 고려사항은 다음과 같다.

–  건강, 안전, 지속가능성

음식의 건강성과 안전성은 그간 전세계의 많은 정부와 단체들에서 고려해온 사항이다. 건강과 안전은 그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주된 관심사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에서부터 폐기하는 전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사항이다. 여기엔 동물복지와 공정무역(생산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고려대상이 된다.

육류섭취, 즉 동물사육은 지구온난화에 18% 가량을 기여한다. 동물성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장본인 세계식량기구의 추산이다. 세계은행 자문단은 이를 51%까지 올려서 추산하기도 한다. 사실 구체적인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육류섭취가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더이상 부인할 수 없는 확고한 사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문에 이제 주요 국가들은 식이지침을 발표할 때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식이가이드에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국정부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육류섭취를 하루에 70g 이하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이와 비슷하게 국민들의 식습관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식이가이드를 작성하는 국가로는 독일, 호주, 스웨덴이 있다. 미국도 작년에 발표된 식이지침 초안에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육류섭취 제한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축산업자들의 로비로, 초안에 담겨있던 육류섭취 제한 내용은 최종 보고서에선 사라졌다.(식이지침에 육류섭취 제한이 사라진 소식에 대한 영문 참고 페이지:  참고1)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가이드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제 식이가이드에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와 환경의 건강까지 고려하는 것은, 최소한 선진국 혹은 선진국을 지향하는 국가들에선 당연한 흐름이 될 것이다. 이것이 대세이다. 그리고 식이가이드에 환경을 고려한다는 것의 결론은 명백하다. 육류섭취를 줄이고, 더 많은 식물성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에 있어서 지속가능성은 두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그 음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침해하느냐. 또다른 하나는 그 음식을 계속 먹는 사람들의 지속가능성(건강과 수명)을 얼마나 침해하느냐. 육류를 포함한 동물성 식품들. 축산과 낙농, 양식업과 관련된 음식들은 이 두가지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동물성 식품은, 그 음식을 신봉하여 열심히 섭취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그 사람들의 터전을 파괴하여, 결과적으로 자신의 신봉자들을 배신한다. 지난 수십년간의 건강연구와 생태연구에서 이런 사실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의 경험만 보더라도 분명하다. 70년대 후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육류 및 동물성식품(계란, 우유, 어패류)와 설탕, 식용유 섭취는 암과 심혈관질환의 폭발적 증가를 초래했다. 불과 30~40년만에.

이젠 이런 배신의 음식들에 대해 인간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배신을 일삼는 친구는 멀리하는 것이 마땅하듯이, 인간과 환경을 배신하는 음식들도 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에선 지구온난화와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당장의 가축들의 분료때문에라도 현재의 육류섭취 및 사육 가축수를 신속하게 절반 이하로 줄일 필요가 있다. 가축들의 분료때문에 토양의 질소와 인이 과잉상태다. 경기도의 경우 질소 초과율이 200%를 넘는다. 농지에 질소나 인이 과잉이면 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리고 농지는 가축들의 똥으로 냄새가 진동하게 된다.

게다가 이들 분료엔 가축들에게 투여한 항생제 잔여물이 고스란히 남아 항생제 내성 균들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토양에 항생제 내성 균이 번성하게 되면 결국 그 농지에서 재배한 작물들이 내성균에 오염되기 쉽다. 식중독의 원인의 상당부분은 바로 이런 가축 분료 때문이다.

유럽에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양분총량제나 사육권거래제와 같이 사육가축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2004년 정부에서 ‘양분총량제’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보고서가 발간되고, 2015년엔 ‘양분총량제 도입방안 마련‘ 보고서가 발행됐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국민들에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축산업의 분료 문제를 다른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도 했지만,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주MBC의 유룡 기자가 제작한 ‘분료 사슬‘은 축산 강국이었던 네덜란드가 어떻게 육류섭취를 제한하는 식이지침을 발표하게 됐는지 단초를 제공한다. (단, 아래 링크를 설정한 ‘분료사슬‘은 데스크탑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건강한 식습관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는 격언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지구를 만든다’는 격언도 마음에 새겨야만 한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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