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급식이 건강을 망친다

우유 급식이 건강을 망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년 <학교우유급식 표준 매뉴얼>을 발표한다. 올해 1월에도 ‘2017년 우유급식 매뉴얼’이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에게 배포됐다. 많은 사람들이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하게 된 데에는 우유급식이 한 몫 단단히 한다. 진료나 강연 중에 “학교에서 급식까지 할 정도인데, 우유가 어떻게 해로울 수 있느냐?”며 항의를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교우유급식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우유급식이 완전식품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우유급식

학교우유급식 매뉴얼의 첫 페이지에는 우유급식의 3가지 목적이 명시되어 있다. ①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여 신체발달 및 건강 유지·증진, ②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에 대한 무상우유급식 지원을 통해 영양 불균형 해소 및 복지 증진, ③우유 음용습관을 조기에 형성시킴으로써 우유 소비기반을 확대하여 낙농산업의 안정적 발전 도모. 사실 우유급식이 교육부나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장하는 사업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사업이 핵심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매뉴얼에는 한국 청소년들의 영양불균형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우유 음용습관을 조기에 형성시킬지에 대한 내용만 가득하다. 낙농산업의 안정적 발전 도모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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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작성한 <2017년 학교우유급식 표준 메뉴얼>의 ‘학교우유급식의 목적’

 

한국 청소년 영양불균형의 원인

우유급식 매뉴얼은 학생들이 우유나 유제품을 먹지 않으면 영양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때문에 ‘가급적 전체학생에게 우유급식이 실시되도록’, ‘우유급식 미신청 학생에 대해 우유급식 담당자는 필요시 학생 상담 등을 통하여 가급적 우유급식 참여를 유도’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유급식 담당자의 학생상담은 초등학교에서만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의 우유급식률은 80.3%이고, 중학교 고등학교는 각각 26.3%, 23.4% 수준이다.] 하지만 우유급식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영양불균형은 없다. 한국 청소년의 식습관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방과 단백질, 당분의 과도한 섭취와 비타민과 미네랄의 섭취 부족이다. 지난 50년간 한국인은 동물성식품 섭취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한국인의 전체 음식 중 동물성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21.6%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동물성식품 섭취는 어릴수록 더 많아, 0~2세는 그 비율이 44.9%에 달하고, 7~12세는 31.3%, 13~19세는 26.6%로 평균을 상회한다. 반면, 30세 이상에서는 20%를 넘지 않는다.(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이로 인해 연령이 어릴수록 지방을 과잉으로 섭취하는 사람의 비율도 증가한다. 그렇다면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동물성식품 섭취가 줄고, 채소 과일 섭취가 늘까? 그렇지 않다. 20대의 동물성식품 섭취비율은 1998년 남녀 각각 18.5%, 17.3%에서 2008년 남녀 각각 23.4%, 21.8%로 남녀 모두 25%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곡류 섭취량은 22~24% 가량 감소했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밥을 많이 먹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게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에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간식으로 급식하는 것이다. 특히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저소득층일수록 섭취가 어렵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무상 과일 및 채소급식은 저소득층에서 더 큰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칼슘섭취는 우유가 아니라  채소로

우유급식 매뉴얼에는 칼슘 섭취를 위해 우유를 먹어야 한다고 영양교육을 통해 알릴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우유 섭취가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우유 섭취와 고관절 골절의 관련성을 평가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들을 종합평가(메타분석)한 논문이 2011년 발표됐는데[1], 어떤 개별 연구들도 우유를 많이 마신다고 골절위험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제시하지 못했고, 전체 결과들을 통합해서 분석한 결과에서도 우유 섭취는 골절위험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2014년 스웨덴 여성 6만 명을 20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선 우유를 마실수록 고관절 골정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2] 하루에 우유를 1잔 미만 마시는 사람에 비해  1잔 이상 마실 경우 19%, 2잔 이상 마실 경우 55%, 3잔 이상 마실 경우 60% 고관절 골절 위험이 높았다. 평균 적으로 우유 1잔 마실 때마다 고관절 골절 위험이 9%씩 증가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수행된 우유 관련 연구 중 가장 대규모 연구로서 연구 결과는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만하다. 우유에 칼슘이 많아도 우유를 많이 먹으면 뼈 건강이 악화된다. 반면 채소, 과일, 통곡물 등 식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칼슘은 일관되게 골절위험을 감소시킨다.[3] 칼슘을 섭취하려면 우유가 아니라 채소, 과일, 통곡물 등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반교육적인 우유급식

앞서 살펴본 바처럼 우유의 건강이득은 근거가 없음에도, 우유급식 매뉴얼은 근거 없는 우유의 효능을 ‘영양교육’의 이름으로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을 독려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교육의 취지에 반하지만, 우유급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배제하는 태도 또한 매우 반교육적이다. 매뉴얼에는 ‘알러지, 소화장애 등 체질적 문제’가 있는 학생만 우유급식 제외 대상으로 언급하고 있다. 우유의 해로움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접한 학부모와 학생들은 체질적 문제가 없더라도 우유급식을 원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의 매뉴얼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저소득층 학생들 중 체질적 문제로 우유를 먹을 수 없는 경우엔 영양이 풍부한 다른 간식을 지원금을 감안해 공급할 수 있음에도 우유 이외의 간식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이렇듯 ‘특이체질’만 우유급식을 ‘못’하는 상황은 역으로 특이체질 학생들이 남들처럼 우유급식을 하고 싶은 ‘열망’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열망’은 자칫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연결되기도 한다. 실제로 심각한 우유 알러지가 있었던 한 초등학생이 우유를 넣은 카레를 먹고 호흡곤란이 발생해 뇌손상에 이르기까지 한 사례도 있다. 학교에서는 급식원의 만류에도 해당 학생이 그 카레를 먹어서 발생한 개인적 책임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학교현장에서 우유를 완전식품으로 ‘숭배’하는 풍조의 결과다. 학교에서는 ‘이 좋은 걸 왜 안먹어?’ 혹은 ‘못 먹어서 어떻게 하냐?’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있다. 우유에 대한 다양한 태도와 부작용이 교육 현장에서 인정될 때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우유급식은 학교에 반교육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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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학교우유급식 표준 메뉴얼>의 ‘우유급식 제외 대상’: 초등학교에서는 알러지 및 소화장애만 우유급식의 거부조건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결국 우유급식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알러지 및 소화장애가 있는 ‘환자’로 취급되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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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학교우유급식 표준 메뉴얼>에서는 우유 알러지가 있는 경우엔 우유 이외의 ‘영양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체 급식을 금지하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우유

앞서 살펴본 스웨덴 연구에선 우유를 마실수록 고관절 골절뿐만 아니라 사망 또한 증가한다는 결과도 제시 했다. 우유를 1잔 미만 마시는 여성들에 비해 3잔 이상 마시는 여성들은 사망률이 93%,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90%, 암 사망률이 44% 높았다. 1잔 마실 때마다 평균적으로 전체 사망률, 심혈관질환 사망률, 암 사망률이 각각 15%, 15%, 7% 증가했다.[2] 이뿐 아니다 유당불내성 때문에 우유를 아예 마실 수 없는 사람들에서 폐암, 유방암, 난소암 발생률이 각각 45%, 21%, 39% 낮았다.[4] 유당불내성이 없어도 아예 우유 및 유제품 섭취를 하지 않으면 이정도의 건강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체질적으로 우유나 유제품을 먹을 수 없는 학생들이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우유급식과 급식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한편 우유는 청소년의 키를 키우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키가 클수록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발생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하면 키를 위해 우유를 먹이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5] 게다가 이유기에 단백질, 특히 우유 단백질을 줄여 모유(칼로리의 5~6%) 수준으로 단백질 섭취를 줄일 때 6세 때 비만 위험이 65%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까지 감안하면, 청소년 비만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들 중 하나가 우유급식을 중단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6]

 

더 안전한 학교를 위해

하지만 이런 매뉴얼이 있더라도 학교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유급식 매뉴얼>에서는 우유급식은 반드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우유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 학교 차원에서라도 학생과 학부모의 자유의사가 존중되는 우유급식을 만들 수 있다. 체질적 문제가 없더라도 건강, 취향, 종교, 신념 등의 이유로 얼마든지 우유를 먹지 않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학교는 더욱 안전하고 건강해질 것이고, 다양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칼럼이 이런 노력에 도움이 되길, 열심히 활용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참고문헌>
[1] Milk intake and risk of hip fracture in men and women: a meta-analysis of prospective cohort studies. J Bone Miner Res. 2011;26(4):833-9.
[2] Milk intake and risk of mortality and fractures in women and men: cohort studies. BMJ. 2014;349:g6015.
[3] Adherence to a vegetable-fruit-soy dietary pattern or the Alternative Healthy Eating Index is associated with lower hip fracture risk among Singapore Chinese. J Nutr. 2014;144(4):511-8.
[4] Lactose intolerance and risk of lung, breast and ovarian cancers: aetiological clues from a population-based study in Sweden. Br J Cancer. 2015;112(1):149-52.
[5] ‘큰 키와 빠른 성장, 암을 부른다’, 이의철의 자연식물식 처방전, 월간비건 2016년 5월호.
[6] Lower protein content in infant formula reduces BMI and obesity risk at school age: follow-up of a randomized trial. Am J Clin Nutr. 2014;99(5):1041-51.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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