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은 모든 시민들의 권리다

채식은 모든 시민들의 권리다

‘현미식물식 선택권’, ‘채식할 권리’에 관한 칼럼 이후 식물식을 할 권리에 대한 후속 기사들이 일부 뒤따르고, SNS를 통해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상당히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식물식 혹은 식물식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한겨레 신문의 대학가에 채식할 권리바람 분다 기사는 이미 대학가에선 ‘채식할 권리’를 위해 학생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고, 대학 공동체에서도 채식인들의 신념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1] 필자는 이런 변화가 우리사회 전반으로 번져 나가길 바란다.

 

채식할 권리는 기본권

채식을 하는 사람들의 동기는 다양하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불필요한 동물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인간의 먹거리로 길러지는 동물들이 사육되는 환경의 참혹함 때문에. 밀집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분뇨와 온실가스 때문에. 사육과정에서 소비되는 막대한 양의 토지, 지하수, 식량, 에너지, 항생제, 가축 의약품 등 때문에. 생태계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남기고 지구의 모든 생명들과 공존하는 삶을 살기 위해 등. 다른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거나 피해를 줄만한 동기는 하나도 없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그 실천이 어려워서 그렇지 사회적으로 적극 장려해야 할 가치들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채식인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신념”에 대해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헌법 제19조)는 구절로 그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포르투갈의 채식 선택권 입법

지난 3월 3일 포르투갈 의회는 “매점 및 공공 급식에서 채식 선택권 보장 의무”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승인했다. 이 법은 국민건강서비스(NHS;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에 해당)에 속한 의료기관, 요양원 및 주간 돌봄 센터, 초등 및 중등 교육기관, 고등 교육기관(대학교), 교정시설,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의무적으로 동물성식품이 일절 포함되지 않는 음식 및 식단을 매점이나 식당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수요가 없을 경우엔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포르투갈 의회에서 법률로서 이렇게 채식 음식과 식단을 제공할 의무를 명시한 것은, 포르투갈 국민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신의 생활방식을 결정하고, 이를 실천해나갈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의무로 규정돼 있어야 개별 기관들이 자신의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의 식사와 관련된 특별한 요구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다양성 존중은 이렇게 구현되는 것이다.

 

영국의 식품선택권 청원

영국에서도 포르투갈과 비슷하게 모든 학교와 대학교, 병원, 교도소에 완전채식 식단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운동이 진행됐었다.[2] 아쉽게도 의회 안건 상장에 필요한 서명 건수를 얻지 못했지만, 채식 선택권 청원에 대한 영국 정부의 반응은 인상적이다. “건강하고 균형있는 식단을 구성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며, 각자의 문화나 개인적 취향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건강한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 “개별 기관들은 구성원들의 영양섭취에 책임이 있으며, 영양과 관련된 구성원들의 건강, 종교, 문화, 윤리적 선택 사항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선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의회와 정부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태도를 포르투갈 의회와 영국 정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겐 아직도 먼 미래처럼 보이는 부러운 태도지만, 결국 우리도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적인 정부와 의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절실한 학교에서의 식품선택권

신념에 의해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인들 뿐만 아니라 건강상 이유 혹은 종교나 문화적 배경에 때문에 특정 음식들을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건강, 종교, 문화, 신념 상의 이유로 특정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사회에서 소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식사와 관련해서 소수자에 대한 배려의식이 매우 낮다. 단체급식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급식제공자의 편의와 효율성이 더 중시된다. 학생들이 좁은 식당에서 20~30분 기다려서 식판에 음식을 받고 5~10분 만에 음식을 해치워야 전교생이 1시간 안에 식사를 마칠 수 있는 현실이다. 애초에 다양성 존중은 고려대상이 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학교에서 이런 경험을 하고 졸업하니 사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된다. 은근한 메뉴 “통일(?)” 압력이 모임의 분위기를 지배하게 된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품격 있는 사회는 학교급식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변화에서 부터 시작 될 수 있다.

 

다양성 존중이 생명을 살린다

2013년 4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우유가 들어간 카레를 먹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결국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해당학생은 우유에 대한 알레르기가 매우 심해 우유가 피부에만 닿아도 반응이 올 정도였다. 학부모는 학교와 담임교사에게 이 사항을 신경 써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지만, 결국 사고가 나고 만 것이다. 교사는 우유가 들어왔으니 카레를 먹지 말라고 얘기를 했지만, 학생이 결국 먹어버리고 만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다 카레를 먹고 있는데, 자기만 카레 없이 밥과 김치만 먹어야 되니 충동적으로 먹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우유가 들어간 카레를 먹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남들처럼 제대로 구성된 대체식단을 학교에서 제공했다면 과연 그 학생이 위험한 카레를 먹었을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일부 학부모들은 어떻게 단체급식에서 일일이 개별학생들의 상황을 감안 하냐고, 그렇게 알레르기가 심하면 부모가 도시락을 싸서 보냈어야 했다고 부모를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각종 알레르기 질환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 지 고민한다면, 우리사회가 건강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 보모나 교사, 당사자가 아차 실수하는 순간 아이들의 생명이 오락가락하게 되는 학교와 사회를 이제는 바꿔나가야 한다.[3]

 

채식은 이타적이고 정의롭다

급격한 동물성식품과 가공식품 섭취 증가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환경오염까지 증가시켜 부메랑처럼 사람들의 건강을 추가로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꽃가루나 기타 알레르기 유발물질의 변화, 불필요한 가축 항생제 노출로 인한 면역상태의 변화, 사료용 작물 대량생산을 위한 제초제 및 GMO작물의 남용과 그로인한 농지의 황폐화.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마음먹은 것에 의한 결과이다. 채식인들은 현실에서 여러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채식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쉽게 자신의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사람들과 환경과 동물들이 더욱 건강해지고, 지구의 지속가능성도 증가할 것이다. 지금 채식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미래의 모든 인류가 추구하게 될 가치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한겨레신문. 대학가에 ‘채식할 권리’ 바람 분다.(2017년 4월 26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2402.html)

[2] Petitions UK Government and Parliament. Put a VEGAN meal on every school, college, university, hospital and prison menu. (원문보기: https://petition.parliament.uk/petitions/167888)

[3] 우유카레 뇌사 초등학생 아버지의 글. (원문보기: http://www.82cook.com/entiz/read.php?num=1543253)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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