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유급식을 폐기할 때

이제 우유급식을 폐기할 때

지난 6월 4일 국정자문기획위원회는 교육부에서 모든 학교에 우유급식을 실시하는 방안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기사원문) 하지만 2014년, 남녀 10만 명을 추적관찰한 연구에서 우유를 한 잔 마실 때마다 사망률이 여성은 15%씩, 남성은 3%씩 증가한다는 결과가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연구원문)[1], 정부의 우유급식 확대 계획은 아이들에게 사망을 촉진하는 음식을 강제로 먹이겠다는 충격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정부의 영양정책은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빠른 성장과 덩치 키우기가 최우선이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우유급식이다. 박정희 시대 때부터 시작된 성장 중심 영양정책은 지난 100년간 가장 큰 폭으로 키가 증가한 나라라는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대장암과 유방암이 증가하는 나라라는 불명예 또한 안겨주었다. 이제 촛불 혁명과 함께 박정희 시대의 성장 중심 영양정책도 말끔히 청산해야 할 때가 됐다. 국민의 몸집을 최대한 빨리 키우기 위한 영양정책의 폐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버렸기 때문이다.(우유급식이 건강을 망친다)

 

| 우유, 먹을수록 죽는다

2014년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연구진은 우유를 1잔 미만 마시는 사람들에 비해 우유를 3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남녀 각각 10%, 93%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남녀 각각 16%, 90%, 암으로 인한 사망은 여성에서만 44% 높았다. 우유를 정부에서 권장하는 수준대로 마실 경우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유를 많이 마실 때뿐만 아니라 매일 1잔씩만 마셔도 사망률이 상승하고, 1잔 마실 때마나 사망률은 남녀 각각 3%, 15%씩 증가했다.(연구원문)[1] 연구진은 우유의 유당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사망률을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채소와 과일 섭취량이 많으면 우유의 사망률 증가 경향이 다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국내엔 보도되지 않은 이 연구에 따르면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서 우유를 하루에 1잔 미만 마시는 여성에 비해 채소와 과일을 적게 먹으면서 우유를 2잔 이상 마시는 여성의 사망률이 3배가량 높았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더라도 우유를 1잔, 2잔, 3잔 이상 마실 경우 사망률이 각각 10%, 35%, 60% 높았다.(연구원문)[2] 이 연구는 수많은 연구들 중의 그저 그런 하나의 연구라고 흘려보낼 연구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유와 관련된 모든 전향적 연구들의 연구대상을 합한 것보다 이 연구의 연구대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연구대상이 10만 명을 넘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우유와 관련된 연구인 것이다.

 

우유, 뼈에 도움 안된다

많은 영양학자들과 의사들은 한국인들, 특히 청소년들의 칼슘 섭취가 권장량에 비해 적다며 우유 섭취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현재 우유급식 매뉴얼에서도 칼슘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우유급식 매뉴얼)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우유와 뼈 건강에 대한 연구에서 우유섭취가 노년기 고관절(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우유와 고관절 골절에 대한 전향적 연구들만 모아 분석한 2011년 연구에서도 우유의 골절 감소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연구원문)[3] 웁살라대학의 연구에서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 여성들에 비해 우유를 1잔, 2잔, 3잔 이상 마실 경우 고관절 골절 위험이 각각 19%, 55%, 60% 증가했다.(연구원문)[1] 미국의 간호사들과 의사들의 청소년시절 우유섭취에 따른 폐경기 및 50세 이후의 고관절 골절 위험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골절 위험을 전혀 예방하지 못했고, 남성에선 오히려 우유를 한 잔 마실 때마다 골절 위험이 9%씩 증가했다.(연구원문)[4] 2015년 수행된 메타분석에서도 식품(주로 유제품)을 통한 칼슘 섭취는 골다공증성 골절을 전혀 예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보고 됐다.(연구원문)[5] 칼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수십 년간 우유 섭취를 권장해왔지만, 그간 축적된 연구들을 종합하면 성인기뿐만 아니라 청소년기에도 우유 섭취가 골절을 전혀 예방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과거엔 이런 연구결과들이 없어서 우유가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 하에 우유를 권장했다손 치더라도 이제는 우유가 골절을 예방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된 이상 뼈 건강을 위한 우유 권장과 우유 급식은 폐기 되어야 한다.

 

| 우유, 키도 키우고 암도 키운다

우유급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우유를 먹어야 성장이 촉진된다고 주장한다. 우유가 성장을 촉진하는 IGF-1 및 인슐린 등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유나 발효유는 흰빵의 90% 정도 수준으로 인슐린을 분비시킨다.(연구원문)[6] 그래서 모유를 먹는 아이들에 비해 분유를 먹는 아이들이 더 빨리 크고, 체중도 많이 나가게 된다. 하지만 우유와 유제품 섭취로 인한 필요이상의 IGF-1은 키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도 촉진한다.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연구소는 키가 클수록 암, 특히 대장암과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 때문에 현재의 ‘표준성장’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보고서 원문; ‘6.2 Growth and development’ 검색)[7] 실제 한국인 78만 명을 추적관찰한 연구에서 키가 5cm 커질 때마다 남녀의 암 발생위험이 각각 5%, 7% 증가한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으며, 대장 및 직장(4~8%), 전립선(8%), 유방(18%), 난소(24%)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위의 암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연구원문)[8] 영국 여성 100만 명을 9년 이상 추적관찰한 연구에서도 키가 클수록 암 발생이 많다는 사실이 보고됐다.(연구원문)[9] 이제 우리는 아이들을 빨리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암으로부터 안전하게 성장시키는 방법을 모색할 때가 됐다.(관련 포스팅) 아이들의 초경 연령이 15세 이상에서 11~12세로 어려지고, 급속성장 연령이 15~16세에서 12~13세로 점점 어려지는 변화의 핵심에 바로 성장을 촉진하는 우유가 있다. 경쟁하듯이 남들보다 일찍 키와 덩치를 키우려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우유에 대한 강박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소의 성장속도는 사람보다 3배가량 빠르다. 그래서 우유엔 단백질과 칼슘의 양이 모유에 비해 3배정도 많다. 사람이 우유를 먹으면 소처럼 빨리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관련 포스팅)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선택인지 이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분유회사가 후원하는 우량아선발대회가 1983년 폐지되었듯이, 이제 낙농협회의 지원을 받는 우유급식도 폐지되어야 한다.

 

| 우유는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우유 옹호론자들은 우유가 불면증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 주장한다. 우유를 마시면 수면이 유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유는 트립토판이 많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뇌에서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합성을 증가시킨다.(관련 포스팅) 그런데 이런 우유를 오전간식으로 마시면 어떻게 될까? 우유를 마신 아이들은 졸음이 몰려올 수밖에 없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과 충동적인 행동이 증가하기 쉬워진다. 우유급식이 교육이라는 학교 본연의 기능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집중해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우유급식부터 중단되어야 한다.

 

| ‘완전식품채소와 과일

앞서 우유와 칼슘은 성인기 뼈 건강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일관되게 뼈 건강과 전체 건강을 향상시키는 식품군이 있다. 바로 채소와 과일이다. 채소와 과일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은 채소와 과일을 하루 권장량 이상 섭취하는 사람들에 비해 고관절 골절위험이 88%나 높았다.(연구원문)[10] 칼슘 섭취가 적음에도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골절이 적게 발생하고, 채소와 과일을 안 먹으면 칼슘을 아무리 먹어도 골절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채소와 과일이 뼈의 파괴를 막고, 뼈의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유를 포함한 동물성식품 섭취가 많은 지역과 식물성식품 섭취가 많은 지역을 구분해서 칼슘섭취 권고를 달리 하고 있다. 동물성단백질은 칼슘 섭취의 이득을 압도할 정도로 뼈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우유 이외의 식물성 식품을 통한 칼슘 섭취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보고서 원문) 전북지역 영양교사들은 칼슘을 우유만을 통해서 섭취하도록 강요하는 ‘우유급식’에 반대하며 전북교육청의 ‘학교급식 기본방향’에서 우유급식 조항이 삭제되도록 만들었다.(기사원문)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칼슘을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전북지역 영양교사들은 WHO의 권고 방향에 충실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영양교사들도 전북지역 교사들처럼 강제적인 우유급식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설 때 학교의 영양정책이 비로서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 5일 채소와 과일 급식

영양정책의 방향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이 절대적인 영양부족 상태에서 영양과잉 상태로 바뀌었다면, 그에 맞게 ‘완전식품’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적은 양으로 빨리 키와 덩치를 키우는 우유나 계란이 ‘완전식품’인 시대는 지났다. 2000년 이후 아이들의 키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성장속도만 빨라지고 있다. 이제는 천천히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채소와 과일이 ‘완전식품’으로 추앙받아야 한다. 영양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 만연한 한국에선 이제 우유급식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우유급식 대신에 채소와 과일을 ‘완전식품’이라 지칭하는 대대적인 영양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급식과 간식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의 채소와 과일을 공급하는 것이 학교급식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채소와 과일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채소와 과일 급식을 피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대대적이고, 다양한 영양교육을 시도해야 한다. 우유급식을 폐지하고, 주5일 채소과일 급식을 전면 도입하는 것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Milk intake and risk of mortality and fractures in women and men: cohort studies. BMJ. 2014;349:g6015.

[2] Milk, Fruit and Vegetable, and Total Antioxidant Intakes in Relation to Mortality Rates: Cohort Studies in Women and Men. Am J Epidemiol. 2017;185(5):345-361.

[3] Milk intake and risk of hip fracture in men and women: a meta-analysis of prospective cohort studies. J Bone Miner Res. 2011;26(4):833-9.

[4] Milk consumption during teenage years and risk of hip fractures in older adults. JAMA Pediatr. 2014 Jan;168(1):54-60

[5] Calcium intake and risk of fracture: systematic review. BMJ. 2015;351:h4580.

[6] Inconsistency between glycemic and insulinemic responses to regular and fermented milk products. Am J Clin Nutr. 2001 Jul;74(1):96-100.

[7] World Cancer Research Fund & 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 Food, Nutrition, Physical Activity, and the Prevention of Cancer: a Global Perspective, 2007

[8] Height and site-specific cancer risk: A cohort study of a korean adult population. Am J Epidemiol. 2009;170(1):53-64.

[9] Million Women Study collaborators. Height and cancer incidence in the Million Women Study: prospective cohort, and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of height and total cancer risk. Lancet Oncol. 2011;12(8):785-94.

[10] Fruit and vegetable intake and risk of hip fracture: a cohort study of Swedish men and women. J Bone Miner Res. 2015;30(6):976-84.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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