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B12의 진실

비타민B12의 진실

많은 의학 및 영양 전문가들은 동물성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식물성식품만 섭취하면 비타민B12 결핍으로 인한 ‘거대적아구성 빈혈’과 ‘신경손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동물들을 학대하고,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식물식(plant-based diet)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마음 한 편에 불안감을 품게 되기 쉽다. 게다가 많은 식물식 전문가들도 비타민B12도 될 수 있으면 보충제를 섭취하길 권하고 있어 식물식을 하면 비타민B12 결핍이 발생하기 쉽다는 주장이 명백한 ‘사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강한 식물식을 하면, 아무리 동물성식품을 먹지 않더라도 비타민B12 결핍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bacteria-426997_1280

| 비타민B12의 원천은 세균
많은 영양학자과 의료 전문가들은 비타민B12은 동물성식품에만 있다고 주장하며 마치 식물성식품이 동물식품에 비해 뭔가 결핍된 듯 인상을 준다. 하지만, 어떤 동물도 식물 가찬가지로 비타민B12를 생산하지 못한다. 비타민B12는 오직 특정 세균에 의해서만 생산된다. 일부 세균만이 비타민B12를 합성할 수 있는 효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동물들이 비타민B12 결핍으로 멸종하지 않은 것은 이 세균들이 동물들의 장내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스스로 합성할 수 없는 비타민을 생산하는 세균들에게 생존할 안식처를 제공함으로써 비타민을 얻어온 것이다. 아직까지 어떤 세균들이 비타민B12를 생산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주로 산소가 부족한 소화관 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프로피오니박테리움(Propionibacterium),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속(屬) 세균들과 일부 슈도모나스(Pseudomonas dentrificans) 등의 균이 자연상태의 인간 장내에서 비타민을 합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lood-1813410_640

| 비타민B12의 흡수부위
이렇게 장, 특히 대장에서 합성된 비타민B12는 소화기계 점막을 통해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간을 비롯한 다른 신체조직에 저장이 된다. 인간의 경우 비타민B12를 합성할 수 있는 세균이 주로 대장에 많은 반면, 주로 흡수하는 부위는 대장보다 윗부분인 하부 소장(회장)이라 대장에서 합성된 비타민B12가 흡수되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장이 비타민B12 흡수에 중요한 부위라는 것은 크론병 등 여러 이유로 대장으로부터 가까운 80cm 이내의 회장부위를 절단한 환자들에서 비타민B12 결핍이 발생하는 현상을 통해 확인된다. 하지만 대장뿐만 아니라 소장에서도 비타민B12를 합성할 수 있는 세균들이 풍부하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어,[1] 식이를 통해 비타민B12를 섭취하지 않더라도 공생관계에 있는 소장내 상재균에 의해 적정 양의 비타민B12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비타민B12 결핍의 원인
체내에 비타민B12가 결핍될 경우 적혈구의 DNA합성이 방해를 받아 분열을 하지 못하고 크기만 커져 ‘거대적아구성 빈혈’이 발생할 수 있고, 신경전달물질 합성이 방해를 받아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에 손상이 발생해 손과 발의 이상감각(따끔거림, 저림) 및 근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체내에 비타민B12가 결핍되는 원인은 크게 섭취부족, 흡수부족, 저장부족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채식인에서 주로 결핍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다양한 원인에 의한 흡수 부족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2] 하지만 흡수부족의 원인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과도한 동물성식품 섭취로 인한 부작용 및 합병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크론병은 과도한 동물성식품 섭취로 인한 장내세균 변화로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소장의 일부를 절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제산제는 동물성단백질을 소화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분비된 위산을 중화시키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동물성식품과 식용유, 설탕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당뇨병은 비타민B12 흡수를 방해하는 메트포민이라는 약을 평생 복용하게 만든다. 그리고 상당수의 자가면역질환들과 만성간질환도 과도한 동물성식품 섭취와 관련이 크다.

%eb%b9%84%ed%83%80%eb%af%bcb12

| 비타민B12 섭취가 부족해진 원인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타민B12는 장내 세균에 의해 합성되기 때문에 그 양이 가장 많은 것은 인간과 동물의 대변이다. 이 때문에 개나 토끼 등 일부 동물들은 자신이 배설한 대변을 먹는 방식으로 비타민B12를 섭취하기도 한다. 산업화 이전에 인간이나 가축의 대변은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퇴비로 사용됐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토양엔 비타민을 합성하는 세균들과 비타민B12가 풍부했다. 그래서 이런 땅에서 자란 채소를 먹으면서 채소에 묻은 흙을 통해, 그리고 이런 흙을 거치면서 비타민이 풍부해진 물을 마시면서 비타민B12를 섭취할 수 있었다. 사실 자연계의 모든 동물들은 어느 정도 흙을 먹는다. 하지만 위생개념이 정착되고, 화학비료 및 다양한 농약과 살균제가 농업에 사용되고, 일상생활에서도 살균제가 사용되면서 농지와 식물성식품에서도 비타민B12가 사라지게 됐다. 넓은 시야로 보면 채식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의 삶이 비타민B12 섭취 부족의 원인인 것이다.

yong-2407636_1280

| 식물성식품의 비타민B12
엄밀하게 따지자면 비타민B12가 동물성식품에서만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된장, 청국장, 템페(tempe; 동남아 지역 콩 발효식품), 고추장, 맥주효모 등의 발효식품(자연발효 제품이 공장제조 제품보다 함량이 높음), 일부 버섯류(표고버섯, 노루궁뎅이, 뿔나팔버섯, 살구버섯, 느타리버섯, 검은곰보, 그물버섯, 큰갓버섯 등), 김, 파래,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에 인체에서 활성화되는 비타민B12가 함유되어있다.[3,4] 단, 클로렐라, 스피룰리나, 아파니조메논(Aphanizomenon), 노스톡(Nostoc) 등의 해조류들에는 비타민B12 함량의 들쑥날쑥하고, 인체에서 활용되지 않는 불활성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비타민B12 보충용으로는 부적절하다.[4] 다양한 식품들 함량이나 일반적인 섭취 방법을 고려했을 때 가장 주목할 만한 식품은 김과 파래다. 김(1g당 0.7~1.3㎍)과 파래(1g당 0.6~0.8㎍)의 비타민B12 함량은 동물의 간 수준만큼 높아(특히 한국산 김은 함량이 매우 높음), 하루에 2~4g(건조중량 기준)만 먹더라도 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다. 단, 김을 굽거나 조리를 하면 함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생김이나 무침으로 먹는 것이 좋다. 발효식품은 발효조건에 따라 함량 변동이 크고, 그 양도 적어(10g당 0.01~0.41㎍) 일반적인 섭취량을 감안하면 적합한 공급원이 되기 어렵다. 또한 김치의 비타민B12는 젓갈에 의한 것으로 젓갈이 첨가되지 않은 김치엔 비타민B12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3] 버섯 중에는 표고버섯의 함량이 높은 편인데(건조중량 10g당 0.56㎍), 역시 함량의 변동이 크고 그 양도 적다. 단, 햇볕에 건조한 표고버섯의 경우 상당량의 비타민D가 함유되어 있어 채식인들에게 유용한 식품이 될 수 있다.[4]

| 채식인의 비타민B12 결핍
앞서 산업화 이전엔 식물성식품만 먹더라도 비타민B12 섭취가 부족하기 어려운 이유를 살펴봤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에도 채식인 중 비타민B12 섭취 부족으로 건강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 그럴까? 비타민B12는 우리 몸에 하루 필요량의 2~5천배 가량 간을 비롯해 다양한 장기에 저장하고 있다. 때문에 흡수나 저장에 문제가 없는 경우 동물성식품을 완전히 끊고도 3~5년가량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간헐적으로라도 특정 식물성식품 및 공생관계의 균을 통해서 비타민B12를 섭취하게 되면, 필요량 이상은 간과 다양한 조직에 저장이 된다. 그리고 우리 몸은 체내 상태 및 먹는 음식에 따라 비타민B12 흡수율을 조율하는데, 섭취량이 많을수록 흡수율은 떨어지고, 섭취량이 적을수록 흡수율과 재활용이 증가한다. 한편 소장의 상재균들 중 일부가 비타민B12를 생산하고, 소장의 말단부위로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모든 정황을 감안할 때 건강하게 식물식을 하는 사람에서 비타민B12 섭취 부족으로 인해 건강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백만 명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섭취량이 적어 혈중 농도는 낮을 수 있고, 호모시스틴 수치가 다소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혈중 농도가 잡식인들에 비해 낮거나 높더라도 실제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면 그 수치야 말로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비타민B12 섭취부족으로 채식인들에서 실제 건강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백만분의 일’ 확률의 문제라도 예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채식 의료전문가들은 완전식물식을 실천한지 3년 이상 되면 비타민B12 보충제 섭취를 권고하는 것이다.

| 비타민B12 보충제
사실 의료인으로써 필자가 권하는 보충제는 비타민B12가 유일하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보충제 없이도 소장의 상재균 덕분에 얼마든지 우리 몸이 필요한 비타민B12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기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에게 권한다. 비타민B12 하루 섭취권장량은 성인 2.4㎍, 임산부 2.6㎍, 수유부 2.8㎍이다. 하루에 김 2~4g(1장은 약2g), 파래 3~4g을 섭취하면 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김이나 파래를 먹기 어려운 경우 보충제가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사실 보충제의 비타민B12도 세균 발효를 통해 얻는다는 면에선 ‘자연적’이기도 하다. 과거엔 대변과 흙 속 세균이 합성한 비타민B12가 흙을 통해 식물성식품에 ‘강화’되었다면, 산업화 시대엔 발효공장의 세균이 합성한 비타민B12가 식물성식품에 ‘강화’되거나 ‘보충제’로 되는 것이다. 인위적인 보충제 섭취가 꺼려질 경우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부족할 때만 보충제를 복용하거나, 일상적으로 김이나 파래, 표고버섯 등을 챙겨먹을 수도 있다. 발효식품의 경우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들은 농도가 매우 낮고 과도하게 짜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보충제 섭취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할 경우는 동물성식품 섭취를 완전 중단한지 3년 이상 된 여성이 임신 및 수유를 할 때이다. 태아 및 신생아에게 충분한 양의 비타민B12를 전해주기 위해서는 엄마가 충분히 섭취해야하기 때문이다. 보통 보충제의 용량은 500~5,000㎍으로 권장섭취량 2.4~2.8㎍의 200~2,000배 수준이다. 혈중 비타민B12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주로 흡수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용량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영양소 흡수에 어떤 문제도 없는 채식인이라면 500㎍이상 용량을 매일 먹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비타민B12는 과량 섭취해도 부작용이 없고, 간과 신체장기에 저장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용량을 걱정할 필요는 없고, 이런 보충제는 1주일에 1번 정도 먹으면 된다.

| 비타민B12와 생태계 순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채식인의 비타민B12 결핍 위험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다. 오히려 비타민B12 결핍 위험은 비타민B12가 풍부한 동물성식품의 과도한 섭취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질병들에 의해 흡수가 방해받을 때 증가한다. 채식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타민B12 섭취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과 동물, 배설물, 토양, 미생물, 그리고 식물의 생태계 순환의 단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안은 생태계 순환의 복원이다. 하지만 복원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불가피하게 특정 식물성식품을 챙겨먹거나 보충제를 섭취하고, 장내세균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건강한 식사를 하고, 관련 증상이 발생할 때 적절한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채식인들이 동시에 근본적인 생태계 순환 복원을 위한 실천도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1] Albert MJ, Mathan VI, Baker SJ. Vitamin B12 synthesis by human small intestinal bacteria. Nature. 1980 Feb 21;283(5749):781-2.
[2] Merk Manual(Consumer version), Vitamin B 12 (http://www.merckmanuals.com/home/disorders-of-nutrition/vitamins/vitamin-b-12)
[3] 곽충실, 황진용, 와다나베 후미오, 박상철. 한국 장류, 김치 및 식용해조류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상용 식품의 비타민B12 함량 분석 연구. 한국영양학회지 2008;41(5):439-447.
[4] Watenabe F, Yabuta Y, Bito T, Teng F. Vitamin B12-Containing Plant Food Sources for Vegeterians. Nutrients 2014;6:1861-1873.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댓글 0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