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방법으로 먹어야 건강하다

건강한 방법으로 먹어야 건강하다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You are what you eat”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사용하게 되는 말이다. 지난 칼럼 ‘건강한 채식, 자연식물식’에서 건강한 식사법으로서 자연식물식 식사법을 소개했는데, 칼럼의 내용은 주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즉 건강한 식품 선택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먹는 음식의 종류만 건강하다고 바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음식을 건강한 방법으로 먹어야 건강해진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You are how you eat”, “당신은 당신이 어떻게 먹느냐이다”

| 무엇을 먹을 것인가

먹는 방법에 대한 소개에 앞서 간단하게 ‘자연식물식’이 식품 선택방법을 요약하면 이렇다. ‘건강한 채식, 자연식물식’ 칼럼의 ‘건강을 위한 식품의 분류’그림을 참고해서, ①번(자연상태 식물성 식품)과 ②번(자연상태에서 약간 멀어진 식물성 식품) 위주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①번 식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①번 식품만 먹는 것이 어려울 경우 ②번 식품까지는 비교적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③번(좀 더 가공된 식물성 식품)은 좀 더 덜 먹는 것이 좋다. ④번(고도 가공식품)은 어쩌다 한 번 먹는 수준으로 먹는 것이 좋고, ⑤번(동물성 식품)은 가능한 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숫자를 이용해서 말을 하자면, ①번 식품은 매일 기본적으로 먹고, ②번 식품은 이틀에 1번 정도 먹고, ③번 식품은 3일에 1번을 넘지 않게 먹고, ④번 식품은 4일에 1번을 넘지 않게, ⑤번 식품은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⑤번 식품을 먹게 될 경우 이후 3~4일 가량은 철저하게 완전 식물식을 해서 몸이 회복할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즉, 먹더라도 ⑤번 식품은 일주일 혹은 5일에 1번 넘지 않게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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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먹어야 할까

이제 무엇을 먹을지 결정했다면, 양을 얼마만큼 먹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체중조절 및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게 먹어야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잘못된 주장을 신경 쓰면서 밥이나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서 식물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하면 1주일도 못가 식물식을 포기하기 쉽다. 왜냐하면 매일 먹던 동물성식품만 먹지 않더라도 섭취하는 칼로리가 상당히 줄어드는데, 거기에 밥이나 자연상태의 탄수화물 음식까지 줄이면 칼로리가 섭취가 너무 적어져 기운이 없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겪게 되기 쉽다. 식물식을 시작한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얘기하면 주변 사람들은 당장 이렇게 말을 한다. “고기를 안 먹어서 그래” 그런 말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고기를 다시 먹으면 왠지 기운이 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역시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되는구나”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고기를 먹지 않아서가 아니다. 밥이나 자연상태의 탄수화물 음식을 너무 적게 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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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라

식물식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면, 평소 먹던 동물성 식품의 칼로리만큼 밥이나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자연상태의 탄수화물 음식을 더 먹어줘야 한다. 충분히 배가 부를 정도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채소반찬만 골라먹고, 간식으로 과일을 먹어주면 된다. 필자는 통상 한 끼에 공기밥 2공기 정도 분량을 먹는다. 1970년대 지금보다 2~3배 더 큰 밥그릇에 밥을 가득 담아 먹었어도 배가 나온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기름기 없는 채소반찬만 먹는다면, 밥이나 탄수화물은 양껏 먹어도 절대 살이 찌지 않는다. 탄수화물을 먹고 살이 찌는 경우는 조금이라도 동물성 식품이나 식용유를 함께 먹을 때뿐이다. 자연상태의 탄수화물 음식만 먹고 살찌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본인의 활동량과 포만감을 감안해서 충분한 양을 먹어야 에너지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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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식물식을 하고 소화가 안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는다. 우리가 삼킨 음식들은 식도를 타고 위로 들어가 죽같은 반액체 상태가 될 때까지 위에 머물다 십이지장으로 넘어간다. 이때 위와 십이지장의 통로의 직경은 최대 1~2mm로 매우 좁다. 한마디로 우리가 삼킨 음식의 크기가 1~2mm보다 크면 음식이 십이지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위에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고, 위점막이 위산에 오래 노출되면서 위염이 발생하고, 위 내용물이 역류해 식도염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입에서 음식들을 1~2mm 크기로 잘근잘근 씹어서 삼키면 음식물들이 바로바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 소화기계의 불편한 증상이 말끔히 사라진다. 그리고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빨리 넘어가게 되면서 포만감도 일찍 느끼게 돼 억지로 양을 조절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적당한 양을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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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과 국물을 먹지 마라

건강상태가 좋지 않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국물 없이 밥을 먹지 못하거나 밥에 물을 말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있다. 아무리 건강한 음식을 잘근잘근 씹어 먹더라고 많은 양의 국물이나 물을 함께 먹게 되면 속도 좋지 않고, 기대한 만큼의 체중감량과 건강상태 개선을 얻기 어렵다. 이유는 이렇다. 자연상태의 탄수화물 음식은 물에 녹지 않지만, 입에서 잘근잘근 씹은 후 침 속 아밀라제와 접촉한 탄수화물의 녹말은 엿당으로 분해되어 물에 잘 녹게 되기 때문이다. 식사 중 물이나 국물을 먹지 않으면, 침과 음식, 위액이 섞인 걸쭉한 상태의 위 내용물이 소량씩 십이지장으로 넘어가 혈당이 천천히 오르지만, 식사 중 혹은 식후에 물이나 국물을 다량 마시게 되면 위 내용물 중 당분이 물에 녹아 십이지장으로 넘어가게 되어 그 결과 혈당이 급격히 오르게 된다. 한마디로 식사 중 혹은 후에 마시는 물이나 국물은 결국 설탕물로 변하는 것이다. 물이나 국물뿐만 아니라 식후 마시는 차나, 커피, 주스도 마찬가지다. 국수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면만 건져서 꼭꼭 씹어 먹되 국물은 마시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국수를 먹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국수는 고기, 어패류, 계란, 우유, 식용유, 설탕이 안 들어간 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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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렌더가 아니라 이빨로

선식이나 스무디 같이 곡식이나 채소, 과일 갈은 것을 챙겨 마시는 경우에도 너무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가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속쓰림, 소화불량, 식곤증 등의 부작용이 뒤를 따르기 쉽다. 곡식과 채소, 과일은 블렌더가 아니라 이빨로 가루를 내고, 즙을 내고, 분쇄해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게 먹는 것이 우리 몸의 소화흡수 속도에 가장 어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식이나 스무디를 먹을 때도 될 수 있으면 입에서 충분히 오물거린 후 최대한 천천히 삼키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우리 몸의 원리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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