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건강을 위한 식사법

뼈 건강을 위한 식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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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정형외과 의사들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눈이나 얼음으로 길이 미끄러워지면 넘어져 뼈가 부러진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보통 뼈가 튼튼한 사람들은 이런 정도의 충격으로 뼈가 부러지는 일은 별로 없지만, 뼈가 튼튼하지 않은 사람들은 넘어지는 충격만으로도 뼈가 부러지기 쉽다. 이렇게 뼈가 튼튼하지 못한 상태를 보통 골다공증이라고 부르고, 이로 인한 골절을 골다공증성 골절이라고 부른다. 현재 5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여성의 30~40%, 남성의 10% 가량이 골다공증 상태고, 골다공증 전단계라고 볼 수 있는 골감소증까지 포함하면 여성 80%, 남성 50% 정도의 뼈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 이정도면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고, 아름다운 눈꽃을 피우는 눈이 반갑게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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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악화되는 뼈건강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의 골다공증성 골절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1년 10만 명당 33명 수준이었던 광주·전남지역의 골다공증성 고관절 골절 발생률은 2011년엔 140명으로 4.2배 증가했다[1].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서도 고관절 골절의 증가가 확인된다. 2008년에서 남녀 각각 10만 명당 210명, 100명 이었던 발생률은 2012년에는 243명, 111명으로 4년 사이에 남녀 각각 15.7%, 11% 증가했다.[2]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급격한 증가의 원인을 고령인구의 증가에서 찾지만, 고령인구의 증가만으로는 이런 급격한 변화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변화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삶의 변화와 전세계적인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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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의 급격한 변화
지난 50년간 한국인의 식습관은 급격하게 변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섭취는 14.5배, 어패류는 4.5배, 우유는 48배, 계란은 7.8배 증가했다. 보통 뼈 건강을 위해 가장 강조되는 음식은 칼슘과 비타민D를 동시에 함유하고 있는 우유다. 실제 국민건강영양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개인별 칼슘섭취량의 차이는 주로 유제품 섭취량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3] 하지만, 지난 50년간 이렇게 뼈 건강에 좋다는 우유를 50배 가까이 더 많이 먹게 됐는데도 한국인의 뼈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양 및 의학 전문가들과 정책담당자는 아직도 우유 섭취를 늘려 칼슘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에 질문을 하고 싶다. 이전보다 50배 많이 먹어도 효과가 없었던 우유를 100배정도까지 더 먹으면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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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섭취 많은 지역은 뼈가 약하다
한국의 고관절 골절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발생률 자체는 아직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미국의 50세 이상 고관절 골절 발생률은 남녀 각각 10만 명당 536명, 204명으로 한국의 2배 수준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우유를 얼마나 마실까? 한국인보다 9배가량 많이 마시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핀란드,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 우유를 많이 섭취하는 지역일수록(한국의 8~15배) 고관절 골절 발생률이 매우 높다. 반면 우유 섭취량이 적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지역은 이런 지역들에 비해 골절 발생률이 1/10~1/2 수준으로 매우 낮다. 아시아에서도 한국보다 고관절 골절 발생이 많은 지역은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인데 모두 한국보다 우유 섭취량이 2~4배 많은 지역이다. 반면 한국보다 골절 발생이 적은 지역은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인데 한국보다 우유 섭취량이 비슷하거나 적다.[4,5]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권하는 대로 우유 섭취를 늘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연 골절이 감소할까? 한국의 경험과 세계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골절 증가를 예상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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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은 답이 아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칼슘이 뼈 건강의 핵심인 듯 주장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2002년 발표된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권고’에서는 ‘칼슘 역설(calcium paradox)’을 언급하고 있다. 뼈의 주성분이 칼슘이라서 칼슘을 많이 먹으면 뼈가 튼튼해질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칼슘 섭취가 많은 지역일수록 골절이 많이 발생하고, 칼슘 섭취가 적은 지역일수록 골절이 적게 발생하는 현상이 관찰되기 때문이다.[6] 골절과 관련된 전세계 연구결과들을 종합평가한 2015년 연구에 의하면 음식을 통한 칼슘 및 우유 섭취, 칼슘 보충제 모두 골절 위험을 낮추지 못했다.[7] 연구자들은 의사들과 건강단체들, 정책결정자들에게 골절 예방을 위해 칼슘 섭취 증가를 권고하지 말 것(should not recommend)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특히 음식이나 보충제를 통해 필요 이상으로 칼슘을 많이 섭취할수록 사망률, 특히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들을 감안하면,[8] 정부와 전문가들의 무분별한 칼슘섭취 권고는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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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약화시키는 동물성 단백질
2000년 전세계 33개 국가의 고관절 골절 발생률을 분석한 연구는 뼈 건강 악화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은 지역일수록 고관절 골절이 많이 발생하고, 식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은 지역일수록 골절 발생이 적었다.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을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으로 나눴을 때 산출되는 값은 고관절골절 발생률과 보다 밀접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9] 동물성 식품엔 혈액을 산성화시키는 황과 인성분이 많아 만성적인 대사성 산혈증 상태를 초래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뼈의 칼슘이 혈액을 알칼리화 시키기 위해 용해되어 결과적으로 뼈가 약화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가설이다. 반면 식물성 식품은 혈액을 알칼리화 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성분이 있어서 뼈의 칼슘 용해를 억제해 뼈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직까지 왜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골절이 증가하는지 명확한 기전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을 경우 아무리 칼슘 섭취가 많아도 골절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는 칼슘 권장 섭취량을 동물성단백질이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을 구분해서 제시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을 40g 정도 적게 먹을 경우 권장섭취량이 250~500mg 가량 적다.[10] 또한 칼슘 섭취는 동물성단백질 섭취가 많은 지역, 즉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이 많은 지역에 한에서만 권고하고, 골절 발생이 적은 지역에는 칼슘섭취 이외에 신체활동 증가 등이 우선적으로 권고되고, 우유 이외의 다양한 칼슘 섭취방법을 제시하고 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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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건강을 위한 식사법
길이 미끄러워 넘어지기 쉬운 겨울철, 뼈 건강이 걱정된다고 우유와 칼슘 섭취를 늘리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칼슘(주로 유제품) 섭취 증가는 골절을 예방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관되게 골절위험을 감소시키는 음식들이 있다. 바로 채소와 과일이다. 하루 권장량 수준의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으면 골절발생이 절반정도 감소한다.[11] 뼈를 약화시키는 동물성 식품 섭취를 최소화하고, 채소와 과일, 현미를 충분히 섭취하고, 염분과 카페인 섭취도 최대한 줄이면 뼈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적절한 신체활동과 한 낮의 햇볕 노출은 기본이다. 칼슘과 우유의 강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튼튼한 뼈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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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대비 식물성 단백질 섭취 비에 따른 고관절골절 발생률
(출처: Journals of Gerontology 2000;55(10):M585-92.)

<참고문헌>
[1] Park KS, et al., Change in incidence of hip fracture in Gwangju city and Jeonnam provi-nce, Korea, over 20 years. Arch Osteoporos 2015;10:38.
[2] Kim TY, et al., Trends of incidence, mortality, and future projection of spinal fractures in Korea using nationwide claims data. J Korean Med Sci 2016;31:801-805.
[3] 권상희. 우리 국민의 칼슘 및 우유류 섭취 현황. 주간 건강과 질병, 제6권, 제41호(2013년 10월 11일)
[4] 하용찬. 한국의 골다공증의 역학. J Korean Med Assoc 2016;59(11):836-841.
[5] Food Balance Sheets, UN 식량농업기구. http://www.fao.org/faostat/en/#data/FBS (2017년 12월 25일 접속)
[6] WHO/FAO, Recommendations for preventing osteoporosis, 2002.
[7] Bolland MJ, et al., Calcium intake and risk of fracture: systematic review. BMJ. 2015 Sep 29;351:h4580.
[8] Michaëlsson K, et al., Long term calcium intake and rates of all cause and cardiovascular mortality: community based prospective longitudinal cohort study. BMJ. 2013;346:f228.
[9] Frassetto LA et al., Worldwide incidence of hip fracture in elderly women: relation to consumption of animal and vegetable foods.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00;55(10):M585-92.
[10] WHO/FAO, Vitamin and mineral requirements in human nutrition, Second edition, 2004
[11] Byberg L, et al., Fruit and vegetable intake and risk of hip fracture: a cohort study of Swedish men and women. J Bone Miner Res. 2015;30(6):976-84.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베지닥터 이사이자 사무국장이다. 현재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대전 유성구 소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으로는 공저 [채식이 답이다] , 감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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