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연속기고-이의철] 한국인이 먹은 소고기 한 점에 아마존 밀림이 사라진다

[오마이뉴스연속기고-이의철] 한국인이 먹은 소고기 한 점에 아마존 밀림이 사라진다
▲ 기후 위기와 채식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 pixabay

▲ 기후 위기와 채식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 pixabay

2020년은 기후위기가 주요 의제로 한국사회에 각인되기 시작한 해로 기록에 남을 것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던 6월, 장마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기록적인 폭우가 지속됐던 7월, 무더위가 아닌 태풍이 연속됐던 8월. 이런 극단적 기상현상들은 앞으로의 한국이 더 이상 우리가 기억하던 한국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고 있다.

주요언론은 기후위기의 심각성,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들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도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그린뉴딜’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과 전기차, 수소차, 수소산업 육성, 에너지 효율을 위한 스마트 그리드 및 건축물 리모델링이 주 내용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식단과 농업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고기와 온실가스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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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와 온실가스의 상관관계 ⓒ pixabay

최근 수년간 유렵과 미국, 호주 등의 지역에서는 채식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보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이 지역에서는 채식인구가 3~4년 사이 10배 가까이 증가해 전체 인구의 10% 가량이 채식을 실천할 정도가 됐다.

영국의 경우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채식인구가 2.1%에서 14%로, 우유와 계란 등 모든 동물성식품을 배제하는 비건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1%에서 7%로 증가했다. 이런 급격한 채식인구의 증가는 식물성식품 중심의 식단이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도 매우 적다는 인식이 확산된 덕분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2019년 8월 ‘기후변화와 토지(Climate Change and Land)’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전세계 사람들이 모든 동물성식품을 먹지 않으면, 약 80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전세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371억 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 22%의 온실가스를 식단의 과감한 전환을 통해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수치는 전체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18%가량 기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기차에 관심 갖는 것 이상으로 식단의 탈육식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고기를 먹는 것이 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키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환경운동가나 사회운동가들의 인식도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일부 활동가들은 채식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주요의제로 부상하는 것에 더욱 저항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채식실천 촉구가 탈탄소 결정을 미뤄 기후위기를 가속화시켜온 정부 및 산업계 의사결정자들의 책임을 개인들의 책임으로 돌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기후위기 문제의 복잡성을 ‘일차적 탈탄소’라는 단일쟁점으로 환원하고, 사람들의 의식변화 과정을 자신들의 기계적 전망에 가두는 것에 불과하다. 채식 실천을 통해 개인의 생활을 바꾼 사람들은 사회의 좀더 과감한 생태친화적 변화를 바라고, 그 과정의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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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IPCC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6년 동안 연평균 약 520억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중 농축산물 생산 관련해서 120억 톤(전체 온실가스의 23%), 농축산물 생산 전후 과정에서 26~52억 톤이 발생해, 인위적 온실가스 순배출량의 21~37%가 세계 식량시스템에 의해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에너지 생산이 모두 재생 가능한 방법으로 바뀌고, 운송수단이 모두 전동화 되면 농축산물 생산 전후 과정의 온실가스도 일부 감소하겠지만, 농축산물 생산과 관련된 23%에 달하는 온실가스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이런 이유로 IPCC는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현재의 토지이용 방식, 농업구조, 인류의 식단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특별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 증가하는 온실가스의 주원인은 1961년 이후 1인당 육류 및 식물성 기름 섭취가 각각 2배씩 증가할 정도로 급격히 변화한 현대인들의 식단이다. 육류 섭취 증가는 사육하는 가축 수의 증가, 콩과 옥수수 등 가축사료용 작물 재배를 위한 농경지 증가, 콩과 옥수수를 사료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함께 생산되는 콩기름과 옥수수기름 섭취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1961년 이후 육류를 포함한 동물성식품 섭취는 10배, 식물성 기름 섭취는 50배 가량 증가할 정도로 평균을 상회하는 변화가 있었다. 현재 인류는 농경지의 77%를 가축들의 방목지와 사료 생산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농경지의 절대다수를 사용해 생산된 동물성식품은 전 세계 칼로리의 18%만 제공할 뿐이다. 이렇게 토지와 자원을 남용하는 동물성식품의 수요 증가는 새로운 농지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켜 아마존 밀림과 숲 파괴의 주된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 불타고 있는 아마존 밀림 ⓒ 아마존 와치

▲ 불타고 있는 아마존 밀림 ⓒ 아마존 와치


한국의 채식의제

농축산물 생산과 관련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다. 이산화탄소는 주로 산림 파괴로 인한 토지와 숲 생태계의 이산화탄소 흡수 감소에 의해 발생하고(52억 톤, 전체의 10%), 메탄은 논농사 및 가축의 트림과 방귀, 가축분뇨에서, 아산화질소는 필요 이상의 축분퇴비, 가축분뇨, 화학비료 사용에서 발생한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절대적인 발생량은 매우 적지만, 온실효과는 각각 이산화탄소의 28배, 256배에 달해 이 두 가스의 온실효과는 각각 이산화탄소 40억 톤(전체의 7.7%), 22억 톤(전체의 4.2%)에 해당한다.

채식의제에 비우호적인 사회활동가들은 가축에 의해 발생하는 메탄만을 축산 및 육식에 의한 온실가스라며 채식의제를 폄하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동물성식품 섭취는 가축의 소화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뿐만 아니라 밀림 및 숲 파괴, 가축분뇨, 사료용 GMO 콩 재배를 위해 투여되는 막대한 축분비료 및 화학비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을 수반한다. 여기에 축산물의 도축, 가공, 운송 시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와 화석연료까지 감안하면 전체 온실가스의 22%가 동물성식품 섭취와 관련하여 배출된다는 추정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2017년 7억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중 농업분야에서는 메탄과 아산화질소 형태로 2천만 톤(총배출량의 2.9%), 축산과 관련해서는 1400만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되는 온실가스(총배출량의 2%)를 배출했다. 이 수치를 보고 한국에서는 채식의제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활동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워낙 화석연료 사용이 많고, 곡물자급률이 21.7% 수준에 불과한 한국 상황의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한국은 가축사료의 97%를 수입하고 있고, 미국과 브라질에서 각각 36%, 32% 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모두 GMO 콩과 옥수수다. 이미 식량생산체계는 국제적 분업체계가 확립돼 있기 때문에 일국 차원의 농업 관련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농업관련 이산화탄소 배출 항목이 없는 이유는 가축사료 생산을 위한 산림 파괴가 없기 때문이다. 사료재배를 위한 숲과 밀림 파괴를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외주를 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키운 한우, 한돈, 닭을 먹는다는 것은 이 가축들이 먹은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아마존 밀림이 파괴됐다는 것을 뜻한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탈탄소 정책은 동물성 식품 섭취가 많은 국가들의 동물성 식품 섭취와 가축사료 수입 60% 이상 감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인처럼 식사를 할 경우 지구가 2.3개가 필요할 정도로 한국인의 육류 소비는 세계적 기준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때문에 한국에서의 탈육식, 식물성식품 기반 식단으로의 획기적인 전환은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다. 게다가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밀집사육을 하고 있어서 가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핫스팟이 있다(그림1). 때문에 절대적인 사육가축 수를 줄이는 것도 당장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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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네덜란드 영양센터는 육류를 주2회, 생선을 주1회 이하로 제한하고, 단백질은 식물성식품을 중심으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는 식이가이드를 발표했다. 2019년 캐나다에서도 단백질은 주로 식물성식품으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는 식이가이드를 발표했다. 모두 식품의 생산 및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 즉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한 식이가이드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건강한 음식섭취, 즉 ‘기후미식’ 가이드인 것이다.

기후미식

‘기후미식’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기술을 뜻한다. 일부 한국음식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쌀밥 0.45kg, 배추김치 0.30kg, 된장국 0.89kg, 쇠고기무우국 7.69kg, 콩나물무침 0.24kg, 시금치나물 0.53kg, 닭볽음 1.60kg, 제육볶음 1.85kg, 불고기 13.92kg, 감자전 0.42kg, 삼겹살구이 2.05kg 수준으로 동물성식품이 포함될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 광주광역시 녹색식생활 기본계획 2018~2022. 2018).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미식’은 필수덕목이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본격적인 삶을 살아갈 젊은 세대에겐 필수과목으로 교육될 필요가 있다.

School lunch boxes with sandwich, fruits, vegetables and bottle of water and copy space. Top view

‘기후미식’과 관련해서는 네덜란드가 또 한 발 앞서가고 있다. 2018년 네덜란드 교육부는 부처에서 주관하는 행사의 기본 식단을 채식으로 제공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고기나 생선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고기나 생선요리 옵션을 제공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고기 요리가 기본이고, ‘채식 옵션’이 제공되는데, 네덜란드 교육부 행사에서는 채식이 기본이고 ‘육식 옵션’이 제공되는 것이다. 채식이 ‘뉴노멀’이 된 것이다. 2019년도에는 암스테르담 자치정부도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나는 10년 후 네덜란드에서 교육받은 청년들과 한국에서 교육받은 청년들이 만나서 식사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본다. 아무 거리낌 없이 스테이크를 즐기는 한국 청년들은 네덜란드 청년들에게 과연 어떤 인상을 남기게 될까? 코로나19 시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집회를 강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인상을 남기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코로나19 방역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 대응은 전세계 모든 국가의 시민들이 합심을 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과 전혀 상관없는 저개발 국가에서 더 크고, 온실가스를 막대하게 배출하며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한 국가에서는 그 피해가 적은 것을 감안하면, 한국을 비롯한 산업국가들에서는 책임감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더욱 의식적인 ‘기후미식’ 실천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 개정, ‘기후미식’ 연구 및 교육 강화, 단체급식에서의 채식선택권 보장, 사육가축 두수를 줄이기 위한 ‘양분총량제’, ‘사육권거래제’ 도입, 축산분뇨 단속 강화, GMO 사료 수입 중단 등의 조치를 정부정책의 주요과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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