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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환경일보]11월1일 '위기의 시대, 미래는 비건2020-11-04 10: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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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가스 배출 주범, 대량생산 위해 동물학대 지속

[환경일보] 11월1일 ‘세계 비건의 날’을 맞아 시민사회단체들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탈육식, 탈축산, 비건으로의 전환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간 기후, 건강, 동물권 분야에서 활발할 활동을 펼쳐온 17개 참여 단체들은 이날 현장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지구와 건강, 동물을 위해 대한민국도 하루빨리 비건 사회로 거듭나는 여정을 시작해야 하고 특히 기후위기 대응 전략에 채식(탈육식)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 비건의 날은 어떤 목적에서든 동물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착취와 학대를 배제하고, 인간, 동물, 환경에 이로운 식물성 대안의 개발과 이용을 장려하는 철학과 삶의 방식으로서 ‘비거니즘(Veganism)’이 개념화된 지 5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며 1944년 영국 비건소사이어티가 제정한 날이다.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와 기후재난으로 전례 없는 ‘위기의 시대’가 펼쳐진 2020년. 이 모든 위기의 중심에는 다른 동물을 착취, 섭취하며,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보다도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지구생명체의 삶의 터전이자 소중한 탄소 저장고인 숲을 파괴하는 육식과 축산업이 있지만,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논하는 지금까지도 이를 인지, 시정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 온실가스 ¼은 축산에서 배출

실제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 정부와 사회의 대응은 사안의 시급성에 비해 대단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서 축산업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정책 수립과 담론이 에너지 부문에만 집중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지구 온도 상승 2℃ 미만이라는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¼을 배출하는 농업(24%) 부문의 대부분은 축산업(18~20%)에서 발생한다. 이는 교통 부문의 총량보다 높아 UN에서도 전 지구적 육류 생산 및 소비 방식의 변화 없이 기후위기 극복은 불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시민단체들은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과 동물 피해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축산업은 단일산업 영역으로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토지 사용, 부영양화로 인한 강과 해양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물 사용 등 핵심 환경 파괴 지표들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와 달리 유럽연합(EU)은 그린 딜에서의 육류세(Meat tax) 도입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국 뉴욕시의 그린 뉴딜은 ‘2030년까지 소고기 소비 50% 감축 및 가공육 퇴출’ 목표를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교육부 주관 행사의 기본 식단을 채식으로 제공한다는 결정(2018)을 내렸다.

또한, 세계 최대의 지역개발은행인 미주 개발은행(IDB)과 세계노동기구(ILO)가 발표한 넷-제로 보고서에 의하면 카리브해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채식 전환이다.

이럴 경우 축산, 낙농, 어업에서 줄어드는 430만개 일자리보다 5배가량 많은 1900만 개의 새로운 ‘녹색 먹거리’ 관련 일자리가 마련되리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사료와 소고기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육류 소비 60% 감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

아마존 밀림을 보호하고, 라틴아메리카의 넷-제로 정책 성공을 위해서 우리도 육류 소비 감소로 호응해야 하는 것이다.




엉터리 계산법으로 현실 호도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기후대응=에너지전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에너지 부문(87%)이 차지하고, 축산은 약 2%밖에 되지 않는 것이 그 이유인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은 식량 자급률(21.7%)이 매우 낮고,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심한 소의 절반 이상을 수입해 먹으며, 가축 사료도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게다가 사료용 곡물은 주로 미국 및 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산이라 탄소 흡수원인 산림의 파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사실을 고려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겉핥기식 통계 해석은 온실가스와 산림파괴를 외주화 하는 현실을 은폐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합리화하는 구실로 이용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최근 베트남에 석탄 발전소 건립 투자 계획이 크게 비판받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국경을 모르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 앞에서 자국 영토에 국한해 대응하려는 접근은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동물학대

우리나라는 인구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수의 동물이 인간의 ‘식욕'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 2019년 한해에만 국내에서 식용으로 도살된 소가 88만, 돼지가 1782만, 닭이 10억5999만에 이른다.

시민단체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밀식 사육과 강제 임신 및 출산, 부리, 이빨, 생식기 등 신체 부위 절단, 고통스러운 도살 등 가학적 행위는 동물을 경제적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취급하며 착취하는 축산업이 존재하는 이상 만성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슴을 위주로 고속 성장하도록 계량된 닭(육계)은 몸이 무거워 축사에서 편히 일어서거나 움직이지도 못한다.

평생 빛도 안 들고 환기도 안 되는 사육장에 갇혀있던 돼지들은 반경 수 킬로미터 내 다른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곧바로 살처분된다.

인간이 편의대로 ‘젖소’라 부르는 어미 소들은 평생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젖을 짜이고, 태어나는 수송아지들은 ‘젖소’가 될 수 없어서 어미 젖 한번 먹어보지 못하고 도살돼 짧은 생을 마감한다.

양계장의 닭들은 평생 비좁은 닭장에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만성 칼슘 결핍에 시달릴 때까지 알 낳기를 반복한다. 또한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들은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산채로 분쇄기에 갈리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현재의 축산업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신종전염병 대유행으로부터 안전하기를 원하는 우리의 미래와 양립할 수 없다”며 “이제 화석 연료 산업처럼 축산업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산업 전환에는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정부는 관련 산업 및 종사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업종 전환이 용이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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