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건강관리의 주체가 되는 것, 의존이 아닌 선택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건강관리의 주체가 되는 것, 의존이 아닌 선택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건강관리의 주체가 되는 것, 의존이 아닌 선택이 필요하다

– 의학박사 김진목

 

어느 외과의사가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다급하게 경찰에 쫓기는 상황에도 의사의 본분으로 자기 앞에서 쓰러진 중년여성을 치료하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던 어린 시절의 그. 의사의 사명감이 부각되었던 그 장면이 시간이 지나도 또렷하게 남아 가슴 속 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별을 영원히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희망은 이루어졌다. 그토록 꿈꾸던 의사가 된 것이다.

의사가 된 후 보다 의미 깊게 삶이 전개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수많은 환자를 만나 의사의 본분을 다하는 일의 모든 과정과 결과가 순탄치 않았다. 다양한 환자를 접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비례하는 회의감은 현대의학의 맹점에 닿아있었다. 그 시기 건강도 악화 되었다. 아토피·건선으로 피부 상태가 좋지 않아 가려움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심지어 레지던트 1년차에는 환자에게 감염되어 만성간염보균자가 되었다. 자신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의사가 어찌 환자를 돌볼 수 있겠냐는 자괴감까지 더해져 현대의학자의 길을 스스로 접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는 현재 부산대학교병원 통합의학센터 진료교수 · 파인힐병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목 원장이다. 그가 건넨 자신의 색소폰 연주곡과 건강관리법 낭독이 어우러진 CD의 진동이 귓전에서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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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확신

김진목 원장은 여러 가지 병을 겪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 인상의 소유자다. 농담 섞인 진실을 털어놓으며 짓는 웃음은 담백했다. 병에 걸려 진흙수렁에 빠진 듯 허우적대던 삶은 이미 저만치로 물러나버린 것처럼 여겨졌다. 벌써 까마득해진 과거를 반추하는 과정이 그리 괴롭지만은 않아보였으니 말이다. 말을 잇는 동안 상념에 잠겨 침묵이 고즈넉이 흘렀다.

“그 때 체중이 많이 나갔죠. 아토피도 있고 건선도 있고. 그리고 B형간염 보균자였고, 또 심부정맥염이라고 해서 지금도 흉터가 크게 있어요. 정맥에 염증이 생겨 위로 고름이 생겼다가 빠지면서 구멍이 생긴 흉터가 지금도 있어요. 그런 여러 가지 질병들을 많이 앓고 있었는데 니시의학을 만나면서 싹 치료되었어요.”

일본으로 건너가 니시의학의 최고 권위자인 와타나베 쇼 박사를 만났다. 이후 와타나베의원에 머물며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몸과 마음이 별개가 아니라 일체되어 있다는 것을 아픈 이들을 통해 증명하는 니시의학. 인간이 아프고 나서야 똑바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아픈 상태를 건강하게 회복시켜야 한다는 단 한 가지 정답이 있을 뿐이다. 니시의학은 그 답을 향해 복잡하게 돌아가지 않고 정면돌파다. 돌보지 않던 몸과 마음을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집요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과한 음식소비문화를 경계하고 채식위주로 소식하며 절제하는 것. 숨이 차서 옆 사람과 얘기하기 힘들 정도의 운동에 쏟을 인내와 시간. 그리고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인 심신의 독을 보내주려 애쓰는 것.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고, 마음의 분노와 우울과 스트레스를 쏟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김진목 원장은 자신이 가진 병을 치유하기 전 니시의학의 이론만 접했을 때에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식사와 운동을 통해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실천하여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이 그러했다.

“제가 의사면허를 1981년에 땄거든요. 그러니까 23년 동안은 뭐 현대의학이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거예요.”

그렇지만 이내 곧 니시의학의 지침을 약 8개월간 실천하고 자신의 병이 낫게 되며 확신을 얻게 되었다. 불가사의한 의심을 떨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불어 현대의학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기회까지 얻었다.

“그 때가 제 인생 최고의 건강상태였어요. 건선이라고 하는 굉장히 골치 아픈 피부병인데 그게 나았죠. B형간염 보균자 상태에서 면역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현대의학으로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게 생겼죠. 8개월 만에 딱 생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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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연한 기적이 아닌 통합의 힘을 믿는다

통합은, 한 가지 이론과 방법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요리를 통해 다양한 재료의 장점을 살려 창작해낸 멋스럽고 건강한 음식은 통합의 진수다. 어떠한 과제의 명쾌한 해결에 자유로운 상상과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말기 암 환자분들은 사실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제한적이거든요. 처음엔 항암치료가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 달 안가서는 약이 안 듣게 되요. 체중도 많이 빠지고 심각해지면 결국 사망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식이요법을 가르쳐주는 거죠. 식이요법을 하면서 현대의학적인 치료도 조금씩 하고 그러면 훨씬 경과도 좋고요. 식이요법을 잘 실천하시는 분들은 지속적으로 좋아져서 건강하게 사시는 분들도 많아요. 현대의학만으로 어려울 때, 보완대체의학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죠.”

현대의학, 한의학과 모든 대체요법을 총괄하고 비교분석하여 환자에 따라 적절한 요법을 제시하는 것이 김진목 원장의 통합의학이다. 현대의학만으로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인의 질병을 떨칠 수 있게 해주리라는 믿음에서 조금은 비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계는 어떤 한가지에만 집착할 때 드러난다. 그는 현대의학이 봉착한 한계를 대체의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현대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질병은 대체의학만으로도 어렵다.

“지금 자연요법을 많이 찾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과거의 기억들로, 암은 현대의학으로 해봐야 고생만 하다 죽는다는 분들… 현대의학적인 치료를 겁이 나서 아예 포기해버리는 분들도 있어요. 저한테도 그런 분들이 많이 와요. 그럼 설득을 해서 다시 현대의학 쪽으로 돌리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아니고 의사가 아닌 자연요법만 하는 분들에게 가면 틀림없이 선택 잘했다 오길 잘했다 자연요법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주장하겠죠. 자연요법도 물론 좋아요. 그래도 치료성적이 현대의학만큼은 안되거든요. 옛날에 현대의학이 발전되기 전에 다 자연요법을 했었잖아요. 그 때 암은 무조건 죽을병 이었어요. 그런데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성적이 좋아진 거거든요.”

김진목 원장은 의사의 입장에서 시도할 수 있는 난치병 치료의 범위를 확장한 셈이다. 현대의학과 보완대체의학이 만나 발생하는 시너지가 극적으로 작용한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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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 선택권

베지닥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체 창립시점에 알게 된 채식과 건강이라는 신문사 기자의 소개 덕분이었다. 실제 니시의학을 접하며 스스로 경험했던 이력과 암 환자를 접하는 의사로써 공부하며 알게 된 채식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였다.

건강관리의 선택은 환자의 몫이고, 자기 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건강관리의 주체도 스스로여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은 채식에 대한 선택권으로도 가지를 뻗는다.

“사실 어려운 점이 너무 많죠.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 관심이 없으시기도 하고… 우리 베지닥터가 1차적으로 목표하는 건, 무조건 모두가 채식을 하자는 게 아니라 채식 선택권을 주자는 거예요. 채식이 좋다고 생각해서 채식을 하려고 하지만 학교급식도 거의 강제성을 띄고 있고 채식을 안줘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육식을 해야 하잖아요. 수용시설이나 군대도 마찬가지고. 그런 곳에서 채식 선택권을 주자는 거예요. 건강에 이게 좋다 저게 좋다 워낙 과학자들이 팽팽하게 대결하니까 어떤 게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자신의 신념대로 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약을 받고 있잖아요. 채식선택권이 1차적인 목표고, 2차적으로는 사회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거고요.”

스스로가 말한다. 자신은 아직 완전한 비건[Vegan]이 아니라고.
아직은 채식 새내기라고 말하며 수수히 웃는 그는 올해 5월 베지닥터 상임대표 취임을 앞두고 있다.

“본래 의사의 말은 듣되 행동은 따라하지 말라는 옛 말도 있죠. (웃음)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꼭 비건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이런 거예요. 건강이 허락하면 맛있는 것 먹어라. 그렇지만 당신은 아프니까 채식을 하라고 환자들에게 권하는 거죠. 건강한 의사는 맛있는 것 먹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베지닥터 상임대표의 조건이 비건이에요. 그래서 총회 후에 5월부터는 비건을 해야 해요. (웃음)”

완전 채식을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대한 그의 갈팡질팡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어쩌면 오래도록 끝나지 않을 숙제 같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중요한건 자유의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선택의 키를 스스로 쥘 수 있는 사회가 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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