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바꾸는 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음식을 바꾸는 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음식을 바꾸는 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 의학박사 황성수

공간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진료실 입구에서부터 이야기를 나눌 내부공간으로 들어서며 느낄 수 있었다. 공간 주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정갈하고 복잡하지 않은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혼잡한 도심 거리를 지나 도착한 공간은,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느껴지는 휴식 같은 곳이었다. 공간 주인의 멀리서 오느라 애썼다는 말 한마디. 가공하지 않은 그 첫 인사가 과하지 않아 좋았다. 그의 이야기는 수식이 필요 없이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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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태어나도 의사

황성수 원장은 신경외과 전문의이다. 수많은 뇌출혈 환자를 만났고 그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다. 뇌출혈이라는 병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흔히 말하는 고지혈증 이라는 병 때문에 생기는 것. 고혈압이나 당뇨가 치료가 되지 않으면 뇌출혈 역시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다. 그는 고혈압, 당뇨의 내과적인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자신이 치료해야 할 뇌출혈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렇게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보니 음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현미채식이 정말로 건강의 정확한 수단이 될 수 있는지 몸소 해보았고, 이후 환자들에게도 권하게 되었다. 이미 의사가 된 이후, 사람 몸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그간 품고 있던 의문을 풀 수 있는 뚜렷한 몸의 원리를 간파하게 되었다.

“사람은 식물을 먹어야지 동물을 먹으면 안 되는 몸입니다. 아주 선명합니다. 그 원리를 처음 알았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거죠.”

황성수 원장은 물에 불린 생 현미와 생 채소 몇 가지, 그리고 과일과 미역 등을 추가한 식단으로 18년을 이어왔다.

본래부터 의사가 꿈이었던 건 아니었다. 사실 공부하는 게 좋아서 공부를 했지만 꼭 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고3때 누군가 권했던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여 여기까지 왔다. 선택의 시작은 타인으로 인해 출발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는 황성수 원장. 스스로 완벽성을 추구하고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 표현하는 그는, 철학 명제 중 ‘너 자신을 알라’를 기본 가치관으로 두고 공부 하며 환자를 접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아는 것은 몸과 마음 전부 해당되는 것. 의사로써 자신의 몸에 대해 탐구한다는 것이 흥미롭고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 여긴다.

“내가 나 자신도 모르고 내 삶과 다른 사람 삶을 관여하는 것은 어렵죠. 또 몸의 원리가 자연의 원리와 일치하고 연결된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의사가 되고 보니 의사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좋아 다시 태어나도 의학을 공부하겠다는 황성수 원장. 그러고 보니 꾸밈없는 그 눈빛에 의사 가운은 참으로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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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을 짊어진 사람들

몸이 아프면 병을 고쳐줄 의사에게 마음이 기울고 의지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의학은 그만큼 그간 효과적으로 죽을 환자들을 많이 살렸다. 대표적으로 항생제 개발을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수단은 아주 강력해졌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질병을 현대의학이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에 대한 답은 또 다르다. 현대의학의 치료로 낫지 못하는 병이 수적으로도 많다며 열변을 토하는 황성수 원장은, 이제는 병에 대한 환자의 선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등의 생활습관병은 현대의학에서 속수무책이다. 환자들은 10년, 20년 길게는 30년씩 약을 먹고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현대의학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을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 교묘하게 둔갑시키는 의사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책임지기 두렵고, 그렇다고 고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의사의 자존심인걸까.

“원래 고혈압, 당뇨는 못 고친다고 하죠. 고칠 대상이 아니라 관리할 대상이라고 하죠. 모든 병은 고칠 수 있으면 고치는 게 좋은데… 의사들이 책임이 큽니다. 의사가 제대로 가이드를 해줘야 하는데 잘 못하죠. 의사 자체도 그렇거든요. 나 역시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그랬으니까요. 그 전에는 나도 고기를 먹었고, 환자들에게 먹어야 한다는 얘기도 했죠. 졸업 후 13년 동안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저는 거기서 벗어난 사람이고, 다른 의사들은 자기가 배운 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 울타리에서 여전히 사는 거죠.”

그는 의사가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입으로 눈으로 전했다. 의사 말을 잘 듣는 보통의 환자들 병은 의사에게 있다. 환자들이 스스로 깨닫지 못할 때 바로 잡아줄 의사의 본분은 책임감이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고,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 황성수 원장은 음식으로 건강의 첫 단추를 잘 꿴다면 고혈압, 당뇨, 만성콩밭병,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등 평생 가는 것이라 일컫는 병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란 처방은 상당히 절망적이다. 절망하지 않고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희망을 제시하는 것. 황성수 원장의 처방은 음식이고 희망이다.

“누구나 저한테 와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제가 하는 대로 따라 한다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겁니다. 병이 생기는 음식을 잘 모르고 먹으니까 병이 생기고, 원인은 없다고들 얘기하죠. 그 것을 끊을 생각을 꿈에도 안하니까 병이 나을 수가 없죠. 저는 먹으면 안 된다는 전제를 하는 사람이고 그걸 끊으면 낫거든요.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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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질병을 낫게 할 자연식물식

제대로 알면 자연스레 실천할 수밖에 없다는 자연식물식의 중요성을 그 역시 어느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 시작에 함께 나서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식구들 역시 그의 변화에 냉대했다. 주변인들의 무관심 속에 올곧게 실천해온 자연식물식의 파급효과는 그에 대한 신뢰, 영향력, 그리고 음식으로 인해 겪는 변화를 통해 꾸준히 뻗어나가는 중이다. 황성수 원장은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7년이 걸렸고, 현재 아버지는 완전 식물식을 한다. 그렇게 음식의 변화에 동조하는 식구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명절에도 모이면 하루에 한 끼는 생식을 하는 문화가 생겼다. 특히 병을 겪어본 형제들이 생기면서 자연식물식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자연스레 전파되었다.
그러나 주변인이나 매일 그를 찾는 환자들, 그리고 가족관계 속에서 인정받고 행동으로 옮겨지는 자연식물식은 여전히 사회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한다.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사회에서 자연식물식 보급은 장벽이 높다.

‘한솥밥’은 대표적인 한국사회 밥상 문화다. 역사적으로 식민지와 전쟁의 아픔을 겪고 삶과 죽음을 함께한 민족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문화인 것이다. 지금은 흔한 쌀밥이나 고깃국이 귀하던 시절을 겪어낸 사람들에겐 한솥밥의 의미는 더 애틋하게 다가올 것이다. 황성수 원장은 애틋한 공동체 정신으로 함께하여 위기를 극복한 그 정신은 계승하더라도, 모든 일상에서 한솥밥을 운운하는 당연함은 조금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며 꼬집는다. 특히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해도 전부 같은 것으로 주문해야 직성이 풀리는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 문화 속에서 건강한 자연식물식의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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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량생산의 반열에 음식도 올라선지 오래다.

유전자 조작 돼지를 다룬 영화 ‘옥자’의 화두는 비단 동물학대 문제만을 다루지 않는다. 인간의 잔인한 탐욕, 더 많은 생산과 그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생명체. 그렇게 만들어진 유전자변형식품들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이 골고루 스며있다. 황성수 원장은 음식을 바꾼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것들과 얽혀있고, 인간이 음식을 바꾸게 된다면 느리게나마 변화는 올 것이라 주장한다. 자연식물식은 인간의 병을 낫게 하는 명확한 수단이며 나아가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리라 그는 오늘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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